北미사일 리스크 부각…'울고 싶은데 뺨 맞은' 증시
코스피 단기 급등 피로감 큰 상황서 조정 빌미될 듯
"상당한 충격 가해질 수도" vs "일시적 충격 그칠 것"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북한이 4일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증시에서 북한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코스피가 사상 첫 7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단기 급등 피로감이 큰 상황에서 북한의 이벤트가 코스피 조정 빌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ICBM 발사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고 미국 측이 더욱 강한 압박 카드를 꺼낼 경우 국내 증시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그러나 그동안 북한 리스크가 단기 악재에 그친 데다 경제 기초여건이 탄탄해 코스피 대세 상승장에 제동을 걸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 리스크가 7개월 연속 오른 코스피의 조정 명분이 될 상황"이라며 "국내 증시에 일시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코스피 상승에 따른 부담이 있던 상황에서 증시가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식'으로 반응했다"고 비유했다.
그는 "그동안 북한 리스크의 국내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이번 북한 발표가 사실이라면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일단 단기적으로 경계감을 느끼고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북한의 수차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마다 국내 증시는 충격을 받았고 그 여파가 상당 기간 이어진 적도 있었다.
올해 4월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 우려가 커지자 미국이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한반도 쪽으로 이동한다는 소식에 코스피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 증시에 미칠 충격파의 크기는 우리 정부와 미국의 대응 방식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북한의 도발에 대해 지금보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 카드를 꺼내 들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의 ICBM 발사가 실제로 성공했고 미국이 이전보다 강한 제재를 가하면 최근 상승세인 국내 증시에 미칠 충격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춘옥 팀장은 "충격이야 시간이 지나며 완화되겠지만, 이번 경우에는 오래갈 이슈인 것 같다"며 "밤사이 미국이 어떤 반응을 내놓느냐에 따라 내일 아침 증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 기초여건이 탄탄한 데다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국내 증시가 충격을 단기간에 극복한 경험을 돌이켜보면 이번에도 국내 증시에 미칠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그동안 북한 리스크 영향이 길게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북한의 이번 이벤트도 국내 증시의 기초여건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도 "과거에 북한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 영향을 많이 준 경우는 별로 없었고, 또 영향을 준다고 해도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북한이 중대발표를 한다고 밝힌 이후 코스피가 2,380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오후에 점차 낙폭을 줄여나갔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에는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ICBM 발사 이유여서 미국의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다음 주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각국의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 실적"이라며 "1주일 정도 조정을 받을 수는 있지만, 상반기 실적이 나오는 이달 중순에 진입하면 주가는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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