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재건' 예사롭지 않은 오바마의 막후 행보
민주당 지도부·소속의원들과 잇단 접촉…계파간 가교역도 맡아
"민주당 가야할 길에 분명한 역할 할 것"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기자 = 지난 대선 이후 침체에 빠진 민주당 재건을 위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막후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들어 민주당 주요인사들과의 잇단 접촉은 물론 민주당의 향후 진로 모색을 위한 대책 마련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미 의회 전문지 더 힐(The Hill)이 민주당과 오바마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워싱턴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과 잇따라 회동을 하고 있다. 주요 의원들의 요청에 응하는 형식이지만, 직접적인 면담 외에 전화통화를 하는 경우도 적잖다.
이를테면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메릴랜드)과의 회동이나 톰 페레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의장과의 통화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페레스 의장에게 "세계의 미래가 당신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오바마 재단의 대표(CEO)인 데이비드 시마스 전 백악관 정치국장도 최근 DNC 관계자들과 수시로 통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DNC 측 한 인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페레스 의장과의 통화에 대해 정례적인 '확인 전화'라고만 설명했다. 다른 소식통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만나고 있는 의원들에 대해 개인적인 접촉이라며 의원들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접촉을 제외하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개적인 정치 행사 등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 측근은 이와 관련,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이 조명받는 것도, 전면에 나서는 것도 원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여전히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체성 위기 속에서 백인 서민층 유권자들이 왜 등을 돌렸는지,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주 등에서 왜 졌는지 등에 대한 패인 분석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한 이후 당 진로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는 가운데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 대한 회의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당 지도부, 상·하 의원들과의 접촉은 다양한 각도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스 DNC 의장과는 민주당의 장래를, 다른 측과는 당 정책 방향 등을 논의하는 식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분열된 민주당 내 각 계파 사이에서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측근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에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설 공간을 마련하고, 민주당에 적합한 메시지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측근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당권을 쥐거나 당을 대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이보다는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가도록 하는 데 분명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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