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번째 ICBM 보유국 되나…동북아 안보지형 중대변수

입력 2017-07-04 16:24
수정 2017-07-04 19:13
北, 6번째 ICBM 보유국 되나…동북아 안보지형 중대변수

한미일 MD체계 보완 불가피…ICBM, 사드로 대응 못해

美, 지·해상 요격수단 보강…日도 요격수단 강화 관측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동북아 안보지형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북한은 이날 오후 특별중대보도를 통해 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으며, 39분간 비행하는 과정에서 최고 고도는 2천802㎞까지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화성-14형을 정상 각도로 발사한다면 8천㎞ 이상으로 비행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이 ICBM 발사에 성공했다면 세계 6번째 ICBM 보유 국가로 기록된다. 북한은 핵탄두를 미국 본토까지 운반하는 능력을 갖추는 핵무기체계를 완성하고자 ICBM 개발에 전력을 쏟아왔다.

북한이 ICBM을 보유한 국가가 되면 미국과 일본이 지·해상 요격체계를 증강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른 한반도 주변국 미사일 전력 군비경쟁 등 동북아 안보지형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사일 전문가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북한은 단거리에서 장거리까지 미사일을 완성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며 "북한은 화성-14형을 주기적으로 발사하면서 미국을 최대한 압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北, 세계 6번째 ICBM 보유국 되나…소형화 핵탄두 공개 가능성

현재 ICBM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 5개국이다. 영국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해 실전 운용하고 있지만, ICBM은 개발하지 않고 있다.

이란과 파키스탄도 장거리 로켓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ICBM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1월 1일 육성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가 마감 단계"라고 밝힌 이후 ICBM 개발을 빠르게 진척시켜왔다.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외형이 러시아의 '토폴-M'과 유사한 신형 ICBM을 공개했다. 이후 북한은 ICBM 시험 발사가 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북한의 ICBM 발사 '성공'에 이은 다음 조치는 ICBM에 탑재할 소형화된 핵탄두 실물 또는 모형을 공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ICBM 비행 능력에 이어 탄두부에 탑재할 정도로 소형화된 핵탄두를 보여줌으로써 대미 위협과 압박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3월 9일 ICBM급인 KN-08의 탄두에 들어가는 것으로 보이는 '구(球)형 핵탄두 기폭장치' 사진을 공개한 사례가 있다. 당시 모형 논란이 제기됐으나 북한이 ICBM 탑재용 핵탄두 소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효과를 얻은 것으로 평가됐다.

ICBM 탄두부에 들어가는 핵탄두 중량은 통상 600㎏을 넘지 않는다.

강대국이 보유한 소형화된 핵탄두 재원을 보면 미국 110㎏(위력 150kt), 러시아 255㎏(200kt), 중국 600㎏(200∼500kt), 인도 500㎏(12kt) 등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북한은 탄도미사일용으로 표준화한 핵탄두 무게가 500∼600㎏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드' ICBM 요격 못해…美·日, 지·해상 요격수단 증강할듯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이나 강원도 원산 인근에서 ICBM을 발사하면 20여분 만에 미국 본토에 도달한다.

ICBM은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상승·중간·종말의 3단계 비행과정을 거친다.

발사대를 벗어나는 상승단계에서는 탄도미사일 추진체에서 발생하는 빛과 열로 탐지해 추적할 수 있지만 1∼5분 이내에 요격해야 한다. 중간단계는 미사일 추진체 연료가 모두 소진되고 목표지역까지 관성으로 비행하는 단계로 미 본토까지 20여 분이면 도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종말 단계는 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한 순간부터 시작되며 탄두의 속도가 음속의 24배에 달하고 비행시간이 짧아 요격하기 쉽지 않은 단계이다.

이 때문에 상승단계에서 요격하거나 대기권을 벗어난 중간단계에서 위성에 탑재된 레이저 무기 등을 요격해야 한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는 최대 요격고도가 150㎞에 불과해 ICBM에 대응할 수 없는 무기 체계이다.

미국은 AN/TPY-2(X-밴드·탐지거리 1천㎞ 이상), COBRA DANE(L-밴드·3천200㎞ 이상), AN/FPS(극초단파·4천800㎞ 이상), SPY-1(S-밴드·310㎞ 이상), 해상기반 SBX(X-밴드·4천㎞ 이상) 레이더로 북한 등의 탄도미사일을 감시하고 있다.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해서는 해상·지상 이지스 BMD(탄도미사일방어)와 지상기반 중간단계방어(GMD), 패트리엇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은 대기권 밖에서는 SM-3 대공미사일로, 대기권 내에서는 SM-2 블록4, SM-6 듀얼1·2 대공미사일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한다. SM-3 블록2A를 개발해 내년부터 이지스함에 전력화한다. 33대의 이지스 전투함(순양함 5대, 구축함 28대)이 탄도미사일 대응용으로 운용되며 이 가운데 17대가 태평양에 배치되어 있다.

지상기반 중간단계방어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체계이다. 전 세계적으로 배치된 센서와 요격미사일(GBI), 사격통제체계로 이뤄졌다. GBI는 알래스카에 26기, 캘리포니아에 4기가 배치되어 있고 통제소는 알래스카와 콜로라도에 있다.

미국은 지난 5월 30일 북한 ICBM을 가상한 비행체를 GBI로 맞춰 떨어뜨리는 실험에 성공한 바 있다.

일본도 미국의 요격 수단 증강에 덩달아 미사일 전력 보강에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three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