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1988년 美해군 이란여객기 격추 사건 잊지 않겠다"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정부가 1988년 7월3일 일어난 미군의 '이란항공 IR-655기 격추 사건'을 상기하면서 미국에 대한 경계와 적대를 강조했다.
이란은 매년 7월3일 희생자를 추념하고 미국을 비판하지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反)이란 정책과 발언 탓에 수위가 높아진 분위기다.
이란 외무부는 3일 낸 성명에서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 곳곳에서 무고한 이를 죽이고 학살하는 비인간적인 범죄를 저질러 왔다"며 "그중 한 사례인 IR-655기의 희생자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3일 개인 트위터에 "29년전 미 군함이 이란항공 IR-655 여객기를 격추해 민간인 290명이 죽었다. 그런데도 그 군함의 함장은 훈장을 받았다. 이란은 잊지 않겠다"고 비판했다. 1988년 7월3일 걸프 해역 입구 호르무즈 해협에 배치된 미 해군 순양함 USS빈센스호가 테헤란에서 두바이로 가던 이란항공 에어버스 A300B2 여객기에 크루즈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바람에 승객과 승무원 290명이 모두 사망했다.
미국 정부는 미 해군이 민간 여객기를 이란군 F-14 전투기로 오인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명했다. 이란 정부는 민항기임을 알고도 미 해군이 격추했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미국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력 충돌하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1988년 4월 미국 함정이 이란의 기뢰에 일격을 당한 뒤 미군은 보복으로 이란의 해상 석유·군사 시설을 폭격했고 이란이 이에 무력 대응하면서 교전이 벌어졌다.
이란-이라크 전쟁 막바지였던 당시 양국은 걸프 해역에서 상대국의 상선을 공격했고, 미국은 이란군의 민간 선박을 공격을 막는다는 이유로 직접 개입했다.
이란은 1980년 미국과 단교 이후 제재를 받아 새 여객기를 수입할 수 없었지만, 이 '오인 격추' 사건에서만 예외를 인정받아 에어버스 여객기 1대를 들여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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