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전문가들 사이버 공격 가해자 보복응징 촉구
"가해국 정보망 마찬가지로 파괴, 마비시켜야"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지난주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60여 개국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 용의자로 러시아가 지목되고 있는 가운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전문가들이 가해국에 대한 보복응징을 촉구하고 나섰다.
4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나토의 사이버 전문가들은 지난달 27일 발생한 가장 최근의 사이버 공격이 우크라이나 정부 정보망을 마비시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침해했다면서 가해국의 유사 시설을 파괴, 마비시키는 '사보타주' 등의 대응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낫페트야'(NotPetya) 랜섬웨어 공격으로 불리는 이번 공격은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상징하는 우크라이나 제헌절 기념일 하루 전날 발생했으며 우크라이나는 이를 러시아 소행으로 주장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망을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이 빈발하면서 나토 등에서는 이미 가해자(국)에 대한 보복응징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지난주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사이버 공격에 대한 나토의 집단 자위권 발동을 경고하기도 했다. 나토 회원국이 타국으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을 경우 나토 조약 5조의 집단군사 조치가 발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토 사이버 전문가들은 군사보복조치의 경우 불균형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법적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이다.
나토 사이버 방어센터의 법 전문가 토마스 미나릭은 대신 가해국의 정보망을 파괴, 마비시키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그러나 반드시 사이버 수단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부연했다.
나토 전문가들은 이번 사이버 공격이 정교함과 소요 비용 면에서 외부 해커나 사이버 범죄자들이 벌이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부담이 큰 것이었다면서 '국가의 힘이 과시된' 케이스로 지적했다.
'혼란을 초래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음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들 전문가는 따라서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국가 또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해킹그룹에 의해 저질러졌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지적했다.
나토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과 관련해 가해자로 특정국을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지난달 발생한 영국 보건시스템(NHS)에 대한 '워너크라이' 공격의 배후로 지목받았던 북한은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나토 전문가들은 러시아 국영석유사 로스네프트도 이번 낫페트야의 공격 목표가 됐으나 '감염정도가 놀라울 정도로 잘 억제돼 극히 미미한 손상만을 초래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국의 민간보안 전문가들은 더타임스에 지난주 사이버 공격이 러시아 크렘린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해킹그룹이 벌인 것으로 믿어진다고 밝혔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