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산 내년 지방선거 후보군 놓고 자격 논란
"과거 세력은 곤란해" vs "외연 확장 위해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아무리 인물이 없다지만 과거세력을 무턱대고 받아들여서야 되겠느냐?", "부산에서 민주당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필요하다."
최근 민주당 부산시당 안팎에서 내년 6·13 지방선거 출마 후보군을 놓고 물밑에서 때이른 자격 논쟁이 일고 있다.
4일 민주당 부산시당 등 지역 정가에 따르면 과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 기초단체장과 시의원, 경찰 고위 간부 등을 지낸 인물들이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들 중 노기태 부산 강서구청장을 비롯해 전·현직 구청장 3명과 전직 부산시의원 12명은 지난 5월 9일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민주당에 입당했다. 대선 후에도 입당이 잇따랐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출마를 노리는 이들 대부분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출신이다.
문제는 이번 대선에서 문 대통령 당선에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민주당이 추구하는 개혁 이미지와 거리가 먼 인물들이 최근 출마 후보자로 거론되면서 자격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지역 내 단단한 선거 조직을 갖춘 한국당 소속 인물이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 구청장 후보로 출마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자 기존 민주당 후보군에서 발끈하고 나섰다.
이 지역에서 내년 구청장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의 한 인사는 "영입이 거론되는 인물은 민주당 이미지와 전혀 맞지 않는 인물"이라며 "지역 조직을 잘 갖추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그를 받아들이면 조직 다지기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있는 또 다른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법조 고위 간부 출신이 구청장 출마를 굳히고 경선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 인사는 지역 국회의원과 오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지역의 민주당 한 당원은 "현직 근무 때 그다지 깨끗한 이미지를 주지 못했다고 알려진 인사가 지역 국회의원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활동하면 경선 때 당원들에게 자칫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적폐청산을 내세우고 있는 새 정부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초단체 외에 3∼4곳에서도 새누리당 소속으로 구청장을 했거나 지방의원을 한 인물이 당을 바꿔 내년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안팎에서는 인물이 아무리 없다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과거 세력은 가려 영입해야한다는 주장과 민주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서는 과거 보수정권의 인물 영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부산의 민주당 원외지역위원회 한 관계자는 "지역 조직 강화나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급급해 과거 인물을 영입하면 정권교체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소탐대실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은 그동안 역대 지방선거에서 부산에서 기초단체장을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며 "인물에 대한 자격은 경선과정에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선을 긋고 배척할 것까지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대선 전에 민주당에 합류한 인사들은 고마운 분들이고 경선 등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이후에도 많은 이들이 민주당 문을 두드리고 있어 과거 어느 때보다도 후보군이 다양하고 풍성해졌다"며 "그러나 누가 봐도 문제있는 과거 인사라고 보이는 이가 경선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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