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가 아니다" 싱가포르 총리家 '형제의난' 집중포화

입력 2017-07-04 12:54
"한국드라마가 아니다" 싱가포르 총리家 '형제의난' 집중포화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건 한국드라마가 아니다. 나라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법적 대응을 통해서라도 조속히 해결하라"

싱가포르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리콴유(李光耀 2015년 사망) 전 총리 자녀들 간에 벌어진 이른바 '형제의 난'이 의회에서 집중포화를 받았다.

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주요 정치인들은 전날 의회에 출석한 리셴룽(李顯龍·65) 총리와 정부를 향해 리콴유 자택 처리 문제로 불거진 총리와 그 형제들 간의 갈등을 비판하고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리우 청 치앙 노동당(WP) 총재는 "이건 한국드라마가 아니며, 나라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라면서 총리와 정부 법적인 대응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으라고 요구했다.

그는 "일련의 사태는 정부는 물론 싱가포르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으며, 특히 정치·경제적 난관에 봉착한 싱가포르에 해를 끼쳤다"면서 "총리는 동생들이 제기한 권력남용 등 주장에 대해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법정에 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회에 특위를 구성해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리셴룽 총리는 이날 모두 연설에서 동생들의 주장이 아무런 근거가 없는 거짓이며 이번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면서도 동생들을 대상으로 법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저택을 사후에 허물어 버리라는 리콴유 전 총리 유언 조작설에 관한 갑론을박도 이어졌다.

변호사 출신의 의원인 시에 용 용은 "생전에 사익보다는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법률을 옹호했던 리콴유 전 총리가 국가의 이익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한 유언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리콴유) 가족의 이익보다는 나라의 이익을 고려한 자택 처리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리콴유 전 총리의 유언이 차남 리셴양(李顯陽·60)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의 부인인 리수엣펀(59) 변호사에 의해 조작됐다는 리셴룽 총리 측의 의혹을 밝히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리 비 와 의원은 "도대체 (리콴유 전 총리의) 유언장의 초안을 누가 잡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수엣펀이 했나"라고 반문한 뒤 "(리셴양 의장이) 직접 나와서 인정을 하든 부인을 하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기관이 총리 가문의 형제 갈등에 연루된 것에 대한 실망의 목소리도 나왔다.

시에 의원은 "총리가 직권남용과 정실인사를 행하고 정부부처 장관과 국가기관은 총리에 예속돼 독립적인 활동을 못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며 "국가의 자원이 개인 가족사에 소모됐다는 데 대해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리콴유 전 총리는 1959년 자치정부 시절부터 독립 이후 1990년까지 총리를 지내면서, 싱가포르를 동남아시아 부국으로 건설했다는 평가와 함께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그의 장남인 리셴룽은 2004년 총리에 취임한 이후 지난 10여 년간 국정을 무난하게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형제들과의 사이가 벌어지면서 명성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리셴룽 총리 동생들은 최근 리 총리가 집을 허물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면서 '왕조 정치'를 꿈꾼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이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리셴룽 총리가 "아버지를 우상화하는 수법으로 '리콴유 왕조'를 만들고, 아들인 리홍이(李鴻毅·30)에게 권좌를 넘겨주려 한다"는 주장을 펴 본격적인 형제 갈등에 불을 붙였다.

이후 리셴룽 총리는 제수인 리수엣펀 변호사가 아버지의 유언장 작성 과정에 개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조작을 통해 집을 헐어버리라는 유언 내용이 추가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동생인 리셴양은 형수이자 국부펀드 테마섹의 최고경영자인 호칭(何晶·64)이 리콴유의 문서를 임의로 가져갔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형제들 간의 폭로전이 이어졌다.

한편, 리셴룽 총리의 동생들은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명을 내어 전날 총리의 해명에 대해 "매우 난해한 해명을 했지만, 궁극적으로는 거짓 주장을 했다"고 반박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