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반도평화' 운전석 앉은 南 시동도 전에 미사일로 찬물

입력 2017-07-04 11:34
수정 2017-07-04 13:47
北, '한반도평화' 운전석 앉은 南 시동도 전에 미사일로 찬물

文정부의 남북관계 개선·대화로 북핵해결 노력 시험대

북핵 해법, 당분간 대화보다는 제재·압박에 무게 실릴듯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백나리 기자 = 남북관계 개선과 대화로 북핵 문제를 풀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 북한이 4일 탄도미사일 발사로 찬물을 끼얹었다.

한미정상회담이 끝난지 사흘만에 이뤄진 이날 미사일 발사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여정의 운전석에 앉겠다는 새 정부의 구상이 채 시동도 걸기 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다분히 북한이 의도한 것으로 보이는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로 당분간 북핵 국면은 대화보다는 제재·압박 국면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 및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계로 북한의 도발 중단을 내세워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6·15선언' 17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중단하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며 손을 내밀었다.

북한이 도발 중단을 통해 대화의 의지를 보여준다면 우리가 한반도 이슈의 주도권을 쥐고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실제 북한이 지난달 8일 지대함 순항미사일 수 발을 동해 상으로 발사한 이후 한 달 가까이 특별한 도발적 행위를 하지 않아 태도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정부의 이런 노력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특히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제재가 외교의 수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명기됐는데, 북한의 도발로 '올바른 여건' 조성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추가 도발 중단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고도화에 매진하면서 대화가 쉽지 않을 듯하다"면서 "우리 정부에 근본적인 대북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염두에 뒀던 '남북관계 개선 및 북핵해결'을 위한 로드맵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이번주 독일을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관계와 관련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에 대한 큰 그림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지만, 이번 미사일 발사로 전향적인 내용을 밝히기엔 상당한 부담이 따르게 됐다.

남북 태권도 교류를 시작으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를 통해 한반도 화해 분위기를 고조하고자 했던 정부의 구상도 실현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했던 북한의 장웅 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포츠 교류가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하고, 나쁘게 말하면 절망적"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확인했다.

대화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당장은 돌파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는 이번 미사일 발사로 제재와 압박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되고, 북한은 이에 대응해 또 다른 무력 도발로 맞서는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오는 11∼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연례 외교·안보 포럼인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도 북한을 압박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포럼에는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 당사국의 외교 관료와 민간 학자들이 참석해와, 만약 북한 당국자가 참석한다면 '미니 6자회담'이 열릴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없지 않았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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