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끌면 테러리스트?' 철도 검색에 시민들 불만
시민들 "실효성 없고 불쾌감"…국토부 "보안검색 효율성 차원"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김현정 기자 = 철도 테러 예방을 위해 국토교통부가 열달째 실시 중인 철도보안검색이 여행용 가방인 캐리어 소지자만을 주로 대상으로 삼는 등 모호한 기준으로 이뤄져 시민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와 철도특별사법경찰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8월23일부터 시작한 철도보안검색을 현재 서울역·부산역·오송역 등 주요 역사에서 진행하고 있다.
철도보안검색은 공항 보안검색과 달리 선별적으로 한다. 철도경찰이 승객을 별도 분류해 검색대에서 통과시키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행용 캐리어 등 큰 가방 소지 승객을 주로 검색해 진행해 불만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가 지난달 30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3시간 동안 서울역 보안검색 현장을 지켜본 결과 보안검색 대상 32팀(남성 32명·여성 16명) 중 21팀(65.6%)이 캐리어를 소지한 일행이었다. 캐리어가 없는 검색 대상자들도 대부분 등산용 백팩 등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
1주일 전인 지난달 23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동안 보안검색을 받은 사람 5명은 모두가 큰 캐리어 가방을 소지한 남성이었다.
캐리어를 들고 가다 보안검색 대상이 된 정모(36)씨는 "출장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무척 불쾌하다"면서 "보안검색을 왜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고 미리 공지도 되지 않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에서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A(42)씨는 "캐리어 때문에 오송역을 이용할 때마다 거의 100% 검색을 당했다"며 "철도경찰이 자의적으로 검색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시 캐리어를 소지한 김모(46)씨는 "경찰이 '무작위 방식'이라고 설명을 해줬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쁘다"면서도 보안검색 자체에 대해서는 "불쾌하긴 하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4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테러에는 서류가방이 이용됐고, 국내 사제폭발물 테러에서도 종이가방이 쓰이는 등 최근의 테러는 소형 가방을 이용하는 사례도 많다.
다른 철도 이용객들은 보안검색이 불심검문처럼 별다른 설명 없이 강압적으로 이뤄진다는 비판과 동남아시아계 등을 표적으로 해 인종적 편견에 따라 이뤄진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현장에서 일정 시간 검색을 쉬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서울역의 보안검색은 장비 점검을 이유로 지난달 23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동안 멈췄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전체를 대상으로 보안검색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 사례나 전문가 의견 등을 청취해 철도환경에 적합한 보안검색 대상인 캐리어·백팩 등 큰 가방 소지자를 위주로 검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에게 '한국에서 철도를 이용하니 보안검색을 하더라'라는 인식을 주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종에 따라 차등을 주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상자 선정에 있어 불쾌감 등을 막으려고 무작위 선별 방식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8월23일부터 올해 6월25일까지 철도 보안검색을 통해 위해물품 소지자 4명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가운데 3명은 소지허가를 받은 사람들이었고, '재크나이프' 유의 도검 소지자 1명만 '총포·도검·화약류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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