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 기술위에 황선홍·서정원 '전진배치' 이유는

입력 2017-07-03 18:03
축구협 기술위에 황선홍·서정원 '전진배치' 이유는

한국 축구 위기 타개할 대표팀 감독 선임 설득력 높여

K리그 선수 경기력 가장 잘 파악하는 '현장형' 강점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한국 축구를 주름잡았던 스타 선수 출신으로 프로 구단 사령탑인 황선홍 FC서울 감독과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이 차기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기술위원회에 전진 배치됐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위원장은 8명의 기술위원을 선임하면서 K리그 클래식의 황선홍 감독과 서정원 감독을 포함했다.

프로팀 현역 감독이 기술위원에 선임된 건 2013년 황보관 전 위원장 체제 때 당시 안익수 성남 감독 이후 4년여 만이다.

아울러 K리그 챌린지(2부리그)의 박경훈 성남FC 감독과 조영증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도 새 기술위원으로 위촉했다.

이용수 전 기술위원장 체제 때의 10명보다 2명이 줄었지만, 프로 구단 및 연맹 관련 인사가 4명이 추가 발탁됐다.

차기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도 손색이 없는 황선홍 감독과 서정원 감독을 기술위원으로 낙점한 건 '포스트 슈틸리케' 선임이 갖는 중요성을 반영한 조치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을 이어 대표팀을 지휘할 감독은 한국 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룰 수 있느냐의 명운을 좌우한다.

남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결과에 따라 한국이 본선 직행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음 달 31일 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홈경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인물이 대표팀 차기 사령탑에 선임하더라도 축구팬들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축구협회 부회장을 겸임하고 있어 자칫 새 대표팀 감독 선임이 협회 집행부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중량감 있는 인사를 기술위원회에 전진 배치함으로써 대표팀 감독 선임에 따라 후유증을 최소화해보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 시절 국가대표로 A매치 103경기에서 50골을 넣어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이은 스타 선수 출신이다.

프로 무대에서도 부산 아이파크와 포항 스틸러스에 이어 서울까지 3개 팀 감독을 역임했고, 지난해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지휘했다.

서정원 감독은 선수 시절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리트 등 유럽 무대에서 뛴 경험이 있고, 1994년 미국 월드컵과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대표로 활약하며 A매치 87경기에서 16골을 기록했다.

또 2009년 이집트 20세 이하 대표팀 코치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코치,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 밑에서 대표팀 코치를 역임했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의 박경훈 성남 감독 역시 제주에 이어 성남 감독으로 프로축구 무대에서 지도력을 검증받았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대표팀 코치로 당시 사령탑이던 김호곤 위원장을 보좌한 경력이 있다.

황선홍, 서정원, 박경훈 감독 외에 조영증 프로연맹 심판위원장의 발탁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국가대표 출신의 조영증 위원장은 기술위원회 부위원장과 기술국장으로 각급 대표팀을 두루 관리하는 등 행정 경험이 풍부해 감독 선임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이와 함께 K리그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프로 구단 및 연맹 인사들이 기술위원회에 참가시킴으로써 각 포지션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K리거들이 대표로 뽑힐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지명도 높고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기술위원회에 배치한 데는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축구계의 여론이 반영됐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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