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40년]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한국형 의료복지' 세우다

입력 2017-07-04 06:13
수정 2017-07-04 06:16
[건강보험 40년]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한국형 의료복지' 세우다

낮은 보험료로 국민건강증진 기여…기대수명 77년 65→82.2세

저출산·고령화 심각…재정 건전성 확보가 숙제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이달은 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고액의 진료비가 가계에 과도한 부담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 국민이 평소에 보험료를 내고, 필요할 때 의료서비스를 받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은 선진국에서도 부러워하는 사회보장제도다.

건강보험은 지난 40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다. 세계 사회보험 역사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열었고, 국민의 건강 수준도 탄탄한 공공의료체계를 기반으로 날로 향상되고 있다.

다만, 급하게 달려온 탓에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건강보험은 의료보장 수준을 높이라는 오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저출산·고령화 시대라는 새로운 도전에 대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 도입 12년 만에 전 국민 의료보험 달성…유례없는 '기록'

의료서비스를 국민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로 보고 의료보험제도를 논의하기 시작한 때는 전쟁의 상흔이 아직 지워지지 않은 1959년이었다.

보건복지부의 전신인 당시 보건사회부는 '건강보험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회'를 설치하고 장티푸스, 일본 뇌염, 이질 등 각종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국민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 결실로 1963년 의료보험법이 제정됐고,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 방안 설계에 나섰다.

1965년에 한국종합화학, 1966년 봉명흑연광업에 직장의료보험사업을 인가했고, 1969년에는 부산청십자조합을 인가해 지역의료보험사업을 출발케 했다.

정부는 1976년까지 2개의 직장조합과 7개의 지역조합 등 총 12개의 시범사업에 재정을 지원하면서 의료보험제도 운용 경험을 쌓았다.

본격적인 의료보험 시대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7년 7월에 열렸다.

5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된 의료보험은 점진적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농어촌과 도시에 이어 자영업자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까지 포괄하게 되면서 전 국민 의료보험은 제도 도입 12년 만인 1989년에 그 체계가 완성됐다. 세계 사회의료보험사에서 유례가 없는 최단기 기록이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전체 국민을 포괄하는 건강보험 달성에 길게는 100년이 걸렸고, 일본은 36년이 소요됐다.

줄곧 분리 운영돼왔던 직장 및 지역, 공무원·교직원 등 3대 의료보험 조합은 국민적 상부상조 연대의 틀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따라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과 병행해 조직과 업무가 통합됐다. 이 단일 보험의 이름이 '국민건강보험'이다.

재정에 큰 격차가 있었던 직장과 지역 양대 의료보험의 반발로 재정 통합은 3년 후에야 이뤄졌지만, 국민건강보험 체제의 출범은 비용 대비 효과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한 발판이 됐다.

◇ 국민 건강 증진 '일등공신'…저급여 탈피·재정 안전성 확보 '과제'

전 국민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게 되면서 국민 건강 수준은 크게 높아졌다.

2014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14.9회로 OECD 평균 6.8회보다 2배 이상 많고, 입원일수도 16.5일로 OECD 7.5일보다 2배 이상이다.

과잉 진료, 의료비 남용 문제가 지적되기는 하지만 의료 접근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인 80.6세보다 많은 82.2세다. 건강보험이 도입된 1977년에 기대수명이 65세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발전이다.

영아사망률은 출생아 1천명당 3.0명으로 1990년 6.1명에서 반 이상 줄었다. OECD 평균은 4.0명으로 한국보다 높다.

사회적 연대를 기초로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의 장점은 비용 대비 효과성이 높다는 데 있다.

독일, 프랑스, 일본의 건강보험료율은 2014년 기준 각각 15.5%, 13.6%, 10.0%인데 한국은 올해 보험료율은 6.12%에 불과하다.

선진국보다 낮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수명, 영아사망률, 의료 접근성 등 많은 지표에서 OECD 평균 이상에 도달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수준은 OECD 가운데 5위로 정도로 평가되고, 유엔(UN) 등은 모든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편적 건강보장'의 모범 사례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다만, '저부담-저급여' 구조로 인한 저조한 보장률과 이에 따른 민간의료보험시장의 기형적인 확대는 풀어야 할 숙제로 지목된다.

노인 의료비 급증, 저출산으로 인한 납부자 감소, 비정상적인 진료비 청구로 인한 재정 누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중증질환 및 고액 진료 보장성 강화, 아동 입원·치매 국가책임제도 주도해야 한다.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속도에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저항심리, 경제 저성장 등을 감안할 때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보장률을 높이고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적정 급여가 가능하도록 공단이 주체적으로 보험료율을 결정하고 청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의 보충적 역할에 충실하도록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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