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물고기 20% 트랜스젠더…피임약·항우울제 무단투기 탓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가정에서 버려지는 피임약과 항우울제의 영향으로 수컷 물고기 20%가 트렌스젠더나 간성(間性·수컷과 암컷의 특성이 혼합된 성)이 됐다는 영국 대학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엑시터대학의 찰스 타일러 교수 연구팀은 영국 50개 지역에 사는 민물고기들의 습성을 분석한 결과 수컷 20%가 암컷화된 특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조사대상 민물고기 중에는 알을 낳는 수컷도 있었다.
또 이런 물고기들은 정자의 질도 나쁘고, 다른 수컷에 비해 공격적이지도, 경쟁적이지도 않아 번식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수컷의 암컷화를 야기한 원인으로 하수처리시스템을 통해 강이나 바다로 무단투기 되는 피임약과 항우울제의 영향을 꼽았다.
또 플라스틱이나 세제의 부산물들도 물고기 체내에 흡수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하수도처리시설로부터 채취한 화학물질 200여 개가 에스트로겐과 같은 영향을 물고기에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며 항우울제와 같은 의약품이 물고기의 습성을 변화시켰다고 덧붙였다.
또 오염된 환경에서 사는 물고기의 다음 세대는 이런 화학물질의 영향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일러 교수는 "우리는 화학물질이 물고기의 건강에 예상보다 더 큰 영향을 주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플라스틱에서 발견된 에스트로겐이 물고기의 심장 판막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어 "심지어 이런 화학물질은 물고기의 본성인 수줍음 또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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