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들에 할말하라" G20 앞두고 압박받는 메르켈

입력 2017-07-03 15:36
"스트롱맨들에 할말하라" G20 앞두고 압박받는 메르켈

"매번 추상적 언사…트럼프, 푸틴, 에르도안에 양보 말라"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서방식 자유 민주주의의 보루로 평가받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스트롱맨들에게 온건하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특히 오는 7∼8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 기존 서방 가치를 위협하는 권위주의 성향 지도자가 대거 독일로 몰려오는 까닭에 압박의 정도가 심해졌다.



독일 9월 총선에서 집권 기독민주당의 메르켈 총리의 경쟁 상대로 나선 사회민주당 마르틴 슐츠 당수는 2일(현지시간) 메르켈 총리가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슐츠 당수는 이날 독일 일요지 벨트암존탁과의 인터뷰에서 "메르켈 총리는 때때로 미국 대통령과 싸우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메르켈 총리는 지금까지 추상적인 언사만으로 미국 대통령을 상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에게 명백하게 '아니요'라고 말해야 한다"라며 "나라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는 당신의 군사력 증강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군사력 증강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과 독일 정부에 대해 대권후보 시절뿐만 아니라 집권 이후에도 다수 자극적인 언급을 해왔다.

그는 메르켈 총리의 난민포용 정책에 대해 "독일을 망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고,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독일을 포함한 몇몇 유럽 동맹국의 대미(對美) 흑자와 관련해 "매우 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 유럽연합(EU) 의장인 슐츠 당수는 "민주국가의 정부는 독재자들과의 합의 선언을 함께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독일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과 이민, 개발 정책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슐츠 당수는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양보해야 하는가"라고 자문하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슐츠 당수의 이런 언급은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메르켈 총리를 추격을 위해 최근 대대적으로 가하고 있는 정치공세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지난 1월 말 사민당 총리 후보로 등장한 슐츠 당수는 당시 지지율 상승 곡선을 그리며 선두로 치고 나갔으나 이후 하락세를 보여왔다.

최근 여론조사 기관인 '인사(INSA)'의 설문조사 결과 기민당에 대한 지지율은 37%인 반면, 사민당은 24%에 불과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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