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서 첫 신작…"아름답고 강렬한 굿판"

입력 2017-07-03 07:30
안성수, 국립현대무용단서 첫 신작…"아름답고 강렬한 굿판"

28~30일 예술의전당서 공연…스타 무용수 최수진 출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4년 전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이슬람과 스페인 문화의 아름다운 융합을 보고 이번 작품을 구상하게 됐어요. 한국 고대 문화와 역사 속에 있는 다각도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릴 겁니다."(안성수)

"한국 무용수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화된 움직임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아름답다고 강렬한 굿판을 감상하는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최수진)

국립현대무용단이 오는 28~30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신작 '제전악-장미의 잔상'을 공연한다.

작년 말 취임한 안성수(55) 예술감독이 무용단에서 처음 발표하는 신작이다.

한반도의 원시 제의(祭儀)를 모티브로 했지만, 동양과 서양춤, 현대와 전통춤을 자유롭게 활보해온 안 감독의 안무 역사가 통째로 농축된 작품이다.

최근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에서 만난 안 감독은 "유럽에까지 전파됐다는 우리 고대 제전과 가무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발레, 한국무용, 서양무용 등 장르 구분 없이 동작 하나하나 떼어 분석하고 거침없이 재조립하는 안 감독의 '춤 실험'은 이번에도 이어진다.

"발레와 한국무용 등은 제게 하나의 장르라기보다 다 똑같은 춤 재료입니다. 많은 무용 공연을 보러 다니는데, 기본적으로 현재 공연되는 모든 창작물은 다 현대무용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만 현대무용의 개념, 발레의 테크닉, 한국무용의 호흡 등 재료들의 기본을 깨트리지 않는 선에서 모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안성수 감독이 뽑은 15명의 '국립현대무용단 시즌 무용수'들은 오전마다 발레 기본 테크닉과 한국무용 호흡법 등을 배우고 있다.

그는 "한국 무용수들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한다"며 "우리 무용수들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안 감독은 무용수들의 독창적인 움직임을 더 부각하기 위해 전통 악기로만 구성된 창작 춤곡(라예송 작곡)을 사용한다.

"전통 악기로만 연주가 진행되는데도 굉장히 미니멀하고 현대적으로 들려요. 말끔하고 깔끔한 제전악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작품은 안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이외에도 현대무용수 최수진(32)씨의 출연으로도 눈길을 끈다.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무용수다. 그 역시 '시즌 무용수' 중 한 명으로 이번 작품에 참여한다.

함께 인터뷰에 참여한 최씨는 "오래전부터 안 감독님의 작품에 참여해보고 싶었다"며 "규칙적인 무용단 내 생활이 프리랜서로서의 내 삶에도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최씨를 "재규어 같은 무용수"라며 "여려 보이지만 무대 위에서의 에너지가 강렬하다"고 평가했다.

"춤은 출 만큼 췄다고 생각"했던 최씨도 안 감독의 독창적인 안무를 몸에 익히느라 고생을 했다.

"기본적으로 발레는 몸의 에너지가 위로 향하는데, 안 감독님의 발레는 바닥으로 호흡을 내리는 전통춤과 결합이 돼 있어요. 이렇게 오래 춤을 췄는데도 다시 춤을 배우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제가 잘하고 있나요?', '이렇게 하는 것에 맞나요?'를 끊임없이 물었던 것 같아요.(웃음)"

안무를 익히느라 고생했다고 말하면서도 작품을 소개하는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비쳤다.

"관객분들은 안무나 작품의 의미 등을 굳이 생각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음악과 함께 하나의 전통 의식을, 하나의 놀이를 감상하는 느낌으로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굿을 하는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에너지 넘치고 강렬합니다."

안 감독의 목표도 이와 비슷했다.

"관객분들을 고민에 빠뜨리지 않게 하는 무용 작품을 보여드릴 겁니다. '저 춤은 무슨 뜻일까', '저 움직임의 의도는 무엇일까' 등을 느낄 틈을 주고 싶지 않아요. 시청각적으로 몰입감이 높은, 집중도가 높은 작품이 될 겁니다."

2만~5만원. ☎02-3472-1420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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