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 타히티 그림 역대 최고가 아니다…30% 싸게 거래돼"

입력 2017-07-02 06:47
"고갱 타히티 그림 역대 최고가 아니다…30% 싸게 거래돼"

"3억달러 아닌 2억1천만달러"…중개수수료 놓고 英서 법정다툼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미술품 거래 사상 가장 비싸게 팔린 것으로 알려진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의 회화 '언제 결혼하니?'가 실제로는 30% 정도 싸게 거래됐으며, 역대 최고가도 아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이 그림의 중개수수료가 분쟁에 휘말리면서 영국 법원에 제출된 소장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거래의 '뒷면'이 드러나면서다.

스위스 개인 소장자인 루돌프 슈테린이 2015년 카타르 왕가에 판 고갱의 1892년 유화 '언제 결혼하니?'(Nafea Faa Ipoipo)는 당시 판매가격이 3억 달러에 육박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미술계에 화제를 뿌렸다.

2011년 폴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의 거래가 기록한 종전 최고가 2억5천만 달러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슈테린이 카타르 왕가에 실제로 넘긴 가격은 2억1천만 달러였다고 예술전문매체인 아트넷뉴스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슈테린을 대리한 유명 미술중개인 시몽 드 퓌리와 카타르 왕가의 미술품 구매를 대리하는 기 베넷이 3년여를 밀고 당긴 끝에 도달한 가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드 퓌리가 2012년 자신의 친구인 슈테린에게 이 그림을 팔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슈테린은 2억5천만 달러를 요구했다.

높은 가격을 부르는 바람에 협상이 진척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2014년 협상이 재개됐고, 2억1천만 달러로 절충됐다는 게 소장에 적힌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가격에 그림 주인 슈테린이 큰 불만을 가졌던 듯하다.

슈테린은 "드 퓌리가 나를 꼬드겨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그는 카타르가 2억3천만 달러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으나 카타르는 2억1천만 달러 이상을 지불할 뜻이 없었다. 드 퓌리는 애초부터 이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화가 난 슈테린은 이를 신탁계약 위반으로 간주하고, 1천만 달러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드 퓌리에게 주지 않았다.

드 퓌리가 제기한 소송은 수수료를 받으려는 목적이다.

드 퓌리는 이에 대해 "카타르 측에 애초 2억3천만 달러를 요구했는데, 카타르가 마음이 바뀌어 이 가격을 거부한 것"이라면서 "슈테린에게 그림을 팔라고 성가시게 조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 세잔의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은 모두 중개상을 통한 개인 거래이기 때문에 정확한 거래 가격이 포착되지 않는다.

거래가가 공개되는 경매와 다른 점이다.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은 파블로 피카소의 유화 '알제의 여인들'(Les Femmes d 'Alger)로, 2015년 5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천936만5천 달러에 낙찰됐다.

경매가 2위는 이탈리아의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의 회화 '누워있는 나부'(Nu couche)로 같은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7천40만 달러에 팔렸다.

quinte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