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구울 때 꼭 환기해야"…초미세먼지 농도 9배 차이
순천향대 연구팀, 주택·아파트서 고기굽기 실험결과
환기 안 하면 실내에 초미세먼지 가득…"경보 수준의 25배"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일반 가정에서 고기를 구울 때 환기 여부에 따라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최대 9배 차이가 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초미세먼지는 우리 주위의 먼지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을 말한다. 지름이 10μm보다 작은 먼지를 미세먼지(PM10)라고 하고, 미세먼지 중 지름이 2.5μm보다 작은 먼지를 초미세먼지(PM2.5)로 부른다. 머리카락의 지름은 대략 80μm 정도다.
순천향대학교 환경보건 융복합연구센터 김성렬 교수팀은 국내 일반 단독주택 4곳과 아파트 8곳의 실내(면적 52.8∼112.2 ㎡)에서 가스레인지와 프라이팬을 이용해 9분간에 걸쳐 고기를 굽고, 각각의 실내 환기 조건에 따른 초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일상생활에서 실행할 수 있는 환기 조건을 ▲ 창문을 닫고 환기하지 않은 경우 ▲ 부엌 쪽 창문 하나만 열고 자연 환기한 경우 ▲ 부엌 쪽 창문 하나와 거실 쪽 창문을 동시에 열고 자연 환기한 경우 ▲ 가스레인지 상단 후드를 가동한 경우 4가지로 설정했다.
초미세먼지는 9분간의 고기 굽기 요리가 끝난 후 2시간에 걸쳐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이 결과 창문을 닫고 환기하지 않았을 때의 실내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4.5㎎/㎥이었다. 보통 초미세먼지 농도가 ㎎/㎥의 1천분의 1인 ㎍/㎥로 측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4천500㎍/㎥나 되는 수치다.
환경당국은 초미세먼지가 시간 평균 농도 90㎍/㎥ 이상으로 2시간 넘게 지속하면 주의보를, 180㎍/㎥를 넘겨 2시간 이상 지속하면 경보를 각각 발령한다.
측정값만 놓고 단순 비교하면 고기를 구울 때 초미세먼지 농도가 경보 수준보다 25배나 높은 셈이다.
물론 이번 실험은 24시간 측정값이나 하루평균 개념이 아니어서 대기환경에서 측정되는 초미세먼지 농도와 같은 개념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다만, 고기를 구울 때 적절히 환기하면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떨어졌다.
환기할 때 각 초미세먼지 측정값은 부엌 쪽 창문 하나만 열고 자연 환기한 경우 1.8㎎/㎥, 부엌 쪽 창문 하나와 거실 쪽 창문을 동시에 열고 자연 환기한 경우 1.9㎎/㎥, 가스레인지 상단 후드를 가동한 경우 0.5㎎/㎥였다.
가스레인지 상단 후드를 가동해 환기한 경우와 창문을 닫고 환기하지 않은 경우만 비교하면 초미세먼지 농도에 9배의 차이가 났다.
연구에 참여한 이선엽·유솔 연구원은 "실험은 대상 가정마다 4일씩 연속해 진행했고, 서로 다른 환기 조건을 하루 한 번씩 적용했다"면서 "매일 고기를 굽는 실험을 하기 전에 실내의 기본 농도를 측정했고, 이런 기본 농도의 영향은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내에서 짧은 굽기 요리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농도에 주의해야 하지만, 요리할 때 적극적으로 환기하면 배출된 초미세먼지가 상당 부분 감소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렬 교수는 "일상 실내생활에서 굽기 요리를 하면 초미세먼지가 발생한다는 사실은 해외에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다수의 연구자에 의해 보고된 사실"이라며 "홍콩에서는 바비큐 식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1.18㎎/㎥로 측정됐다는 논문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굽기 요리를 하는 사업장 등의 실내에서도 초미세먼지 노출 저감을 위해 환기시설을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함을 시사한다"면서 "환경 보건상 관점에서 초미세먼지 노출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실내외 공기의 오염수준을 관리할 수 있는 적극적인 노출 저감 활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생활공감 연구지원 프로그램으로 실시된 이번 연구결과는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최근호에 발표됐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