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로 하나된 남북…'꽉 막힌' 체육 교류 돌파구 되나

입력 2017-07-02 05:00
태권도로 하나된 남북…'꽉 막힌' 체육 교류 돌파구 되나

문 대통령 평창올림픽 남북교류 제안에 IOC 적극 화답

3일 문 대통령-바흐 IOC 위원장 회동 결과에 관심 집중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6월 30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전북 무주 2017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남과 북은 태권도로 하나가 됐다.

북한 주도로 발전해 온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이 10년 만에 우리 땅을 찾아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전북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한국 주도 WTF 세계 대회 기간 4차례 역사적인 시범공연을 펼쳤다.



WTF와 ITF가 우리 고유의 스포츠인 태권도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탄생했음을 재확인하고 통합을 향한 협력을 다짐한 것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소득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장거리 로켓 발사 위협으로 오랜 기간 남북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남북 체육 교류가 이뤄져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새 정부가 이번 ITF 태권도 시범단의 방한을 계기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하는 등 체육을 통한 남북 대화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참이어서 그 열매를 맺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24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 축사에서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보고 싶다"며 사실상 평창동계올림픽의 남북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아울러 "남북선수단 동시 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며 "북한 응원단도 참가해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 선수단이 평창에 오면 인류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필요한 노력을 다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노력의 하나로 새 정부 인수위원회 구실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폐막 당일에 맞춰 "남북태권도 시범단의 교류 확대를 국정과제로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남북 체육 교류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태권도 시범단의 방한·방북과 종목별 합동훈련, 용품지원, 체육 학술 교류 등을 추진하고 북한의 평창올림픽·패럴림픽에 참가를 이끌도록 관계기관과의 협의에 가속페달을 밟겠다는 의지다.



남과 북을 중재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우리 정부의 제안을 환영했다.

세계태권도대회 폐회식 참석차 방한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제안은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며 남북 화해가 바로 올림픽 정신"이라고 화답했다.

바흐 위원장은 IOC가 지난 2월 북한올림픽위원회에 평창올림픽 참가를 권유했고 북한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사도 건넸다고 덧붙였다.

다만, IOC에서 남북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어떤 결정도 나오지 않은 만큼 3일 문 대통령을 예방해 더욱 구체적으로 사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우리 측의 제안과 IOC의 권유를 북한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ITF 태권도 시범단과 함께 방한한 장웅 북한 IOC 위원은 남북단일팀 결성은 물론 북한 선수들의 평창올림픽 참가도 모두 어려울 것이라며 거듭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과거 남북단일팀 결성과 올림픽에서의 남북 공동입장을 성사시켰을 때와 비교해 현재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스포츠로 남북이 하나가 될 충분한 정치 지반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평창올림픽이 개막이 7개월밖에 남지 않은 터라 남북 협상 타결이 현실적으로 촉박하다는 점도 들었다.

또 북한 선수들에게 올림픽 출전 자격을 주는 문제도 IOC와 세계 여러 나라의 동의를 구해야 하기에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장 위원은 전망했다.

이런 비관론에도 우리 정부와 IOC는 평창 '평화올림픽'이라는 이념을 구현하고 남북 화해와 체육 교류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국제 사회의 협조로 북한을 설득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걸림돌이 적지 않지만, 문 대통령과 바흐 위원장의 청와대 회동 결과에 따라 남북 체육교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난제가 수두룩한 단일팀 구성보다 상대적으로 쉬운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선수단 동시 입장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남북 체육 교류 협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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