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초대의장 지낸 佛 여성정치가 시몬 베이유 별세
홀로코스트 생존 경험이 강한 신념의 유럽통합론자로 만들어
페미니스트 정치가로 유명…보건장관 재직 때 낙태 합법화 이끌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홀로코스트) 생존자로 유럽의회 의장을 역임한 프랑스의 여성정치가 시몬 베이유가 별세했다고 30일(현지시간)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이 보도했다. 향년 89세.
베이유는 프랑스에서는 역대 여성정치인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힌다. 파리정치대학원과 국립사법학교를 졸업한 뒤 법관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래 정계에 입문한 뒤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보건장관을 지냈다. 데스탱의 권유로 1979년 유럽의회 의장 선거에 나가 당선돼 초대의장을 지냈다.
생전에 유럽의 평화를 위해 강력한 유럽연합(EU)이 필요하다는 신념이 확고한 유럽통합론자로 유명했다.
그는 생전에 여러 인터뷰와 자서전에서 유년 시절 나치 수용소에 강제로 끌려갔다가 살아남은 경험 때문에 유럽통합론자가 됐다고 밝혔다.
1944년 가족과 함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 뒤 자유를 찾아가는 가시밭길 여정을 담은 자서전 '삶'은 지난 2007년 출간돼 꾸준히 읽히는 스테디셀러다.
자서전에는 남프랑스 니스에서 유복하게 자라던 베이유가 독일의 괴뢰정권이었던 비시(Vichy) 정부에 의해 가족과 함께 나치 수용소로 추방돼 겪은 고초와 수용소 책임자의 도움으로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뒷얘기 등이 담겼다.
베이유는 2010년에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학술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종신 회원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그는 회원 수락연설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생각한다"면서 "부모님은 언제나 나의 곁에 계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투철한 페미니스트로도 유명하다. 1974년 보건장관 재직 시절 낙태 합법화를 주도했으며, 40여 년이 넘은 지금도 이 법은 그의 이름을 따 '베이유 법'(Loi Veil)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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