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 사회의 결혼 변화…동질혼·비혼 늘어나는 한국

입력 2017-07-03 06:00
개인주의 사회의 결혼 변화…동질혼·비혼 늘어나는 한국

"손해보기 싫다" 생각에 SNS서 관심 급증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결혼 비용의 80%를 (남자가) 내고 평생 서로 부양의 부담을 주는 결혼을 왜 하는 걸까. 하지마. 안 하면 된다"(트위터리안 'da******'의 글)

"비혼주의는 축의금 너무 손해 보는 느낌. 하… 이래서 비혼주의는 돈을 많이 벌어야하는 건가?"(트위터리안 'U****'의 글)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7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결혼이 필수"라고 여기는 미혼 여성은 지난해 31%에 불과하다.

미혼 남성(42.9%)은 이보다 높긴 하지만 이제 한국 사회에서 미혼 남녀의 절반 이상은 결혼을 더는 인생의 '필수 코스'로 여기지 않고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 양보가 '미덕'이 아닌 '손해'라고 생각하는 개인주의적 사회의 물결과, 삶의 방향을 눈치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인식이 만나 결혼 제도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살펴보기 위해 2015년부터 2017년 상반기(6월 28일)까지 블로그(3억6천226만건), 트위터(76억1천57만건), 뉴스(2천415만건) 내 비혼, 동거, 동질혼 언급량(버즈량)을 3일 분석했다.

그 결과 비혼 언급량은 2015년 1만7천45건에 불과했지만 2016년 13만5천457건으로 언급량이 뛰었다. 올 상반기는 벌써 14만6천38건에 달해 지난해 전체 언급량을 뛰어넘었다.

동거 언급량은 2015년 22만9천193건에서 2016년 49만3천219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한해와 맞먹는 42만3천550건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혼과 동거에 대한 관심 급증과 함께 최근 새롭게 주목받는 개인주의 사회 결혼 트렌드는 '동질혼'이다.

과거에는 남성의 경제력과 학력이 여성보다 높은 결혼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맞벌이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노후를 설계할 수 없게 되면서 최소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직업과 소득을 가진 배우자를 찾게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에서 결혼에 관해 이야기하며 조건, 집안, 직업 등을 함께 언급한 버즈는 2015년 2만6천783건에서 2016년 15만662건으로 폭증했고 올해 상반기에만 12만5천285건이 언급됐다.

SNS속 누리꾼의 동질혼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트위터리안 'ez*******'는 "끼리끼리 어울려 결혼하는 게 결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질적 직업과 종교, 배경, 가족, 빈부의 극심한 차는 결국 파탄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동질혼을 했다는 'green*******'는 "현실적인 얘기를 하자면 야근이 너무 많아서 같은 업계 사람이 아니면 연애가 유지가 안 된다"는 씁쓸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다음소프트는 "결혼 언급량의 증가율은 더디지만 동거, 비혼, 동질혼 관련 언급량은 관심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결혼에 대한 비용 부담을 체감하면서 비혼이나 동거를 바라보는 인식도 많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ujin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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