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협회 새 회장 뽑았지만…정상화까지 '산 넘어 산'
서약서까지 받고 새 회장 선출…대한체육회 인준 여부도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수장 없이 6개월을 보낸 대한배구협회가 새 회장을 선출했다. 전임 회장과 완전하게 작별하지 못한 가운데 회장 선거를 추진해 협회 정상화까지는 아직 적지 않은 관문이 남았다.
대한배구협회는 30일 서울 강남구 라마다호텔서울에서 제39대 회장 선거를 열어 오한남(65) 전 대학배구연맹 회장을 새 배구협회 수장으로 선출했다. 오 당선인은 선거인단 132명 중 118명이 투표에 참가한 가운데 77표를 얻어 박광열(47) 전 실업배구연맹 회장(40표)을 37표 차이로 제쳤다.
넉넉한 표차로 당선됐지만, 그의 신분이 '신임 회장'보다 '당선인'에 더 가까운 이유는 대한배구협회가 서병문(72) 전 회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해서다.
지난해 12월 대의원 총회에서 탄핵당한 서 전 회장은 이에 불복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대한배구협회는 업무 공백을 이유로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회장 선거를 무리하게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들에게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인 걸 인지하고 출마한다'는 서약서까지 받았다.
오 당선인은 "사전에 서약서에 사인한 대로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거기에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서병문 전 회장님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거다. 탄핵이 노여워 재판을 끌고 가시는 거로 아는데, 잘 이야기해 명예로운 퇴진을 추진할 것"이라고 해결책을 내놨다.
배구계에서는 서 전 회장이 승소할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
이날 투표에 참가한 선거인단 가운데 한 명은 "서 전 회장도 다시 회장직에 돌아오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탄핵당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해서다. 새 회장이 '출구'를 만들어주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또 있다. 대한민국 체육 단체를 총괄하는 대한체육회는 회장 선거 개최 가부를 문의한 대한배구협회에 '항소심 판결 전 후임 회장을 인준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대한체육회가 당시 방침을 고수하면, 회장으로 인준받지 못한 오 당선인은 산적한 배구 현안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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