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각해지는 층간소음 갈등…자칫 전과자 될 수도
올 상반기 경기 남부지역 2천건 신고…형사입건·범칙금 처분 빈발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 지난달 5일 오후 10시께 경기도 한 빌라에 사는 A씨는 평소 층간소음으로 자주 다투던 아래층 거주자 B씨와 계단에서 마주쳤다. 화가 치밀어 오른 A씨는 B씨의 얼굴에 침을 뱉었고, B씨도 이에 응수해 A씨 팔을 잡고 밀치는 등 폭행을 가했다.
둘은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형사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 지난 3월 C씨는 집에서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다가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제지를 받았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한 C씨는 경찰관이 다녀간 뒤 다시 노래를 불렀고, 재차 신고가 접수되면서 경범죄처벌법상 '인근소란'행위로 3만원의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이웃 간 해묵은 층간소음 갈등이 폭행으로 번지거나 경찰 통고처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3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접수된 층간소음 관련 신고는 총 1천995건에 달했다.
층간소음 신고는 폭행 등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경찰이 개입하기 어려운 영역이어서, 대부분 '상담 후 종결'이나 '민원기관 연결'로 끝나지만, 이 중 8건은 폭행으로 번져 당사자들이 형사 입건됐다.
상대방의 멱살을 잡거나 밀치는 등의 단순 폭력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수사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여서 실제 처벌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적지만 자칫하면 폭력 전과가 남게 될 수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이 살인 범죄로까지 이어진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강원 춘천에서는 50대 남성이 위층에 거주하는 부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아들(60)이 숨지고 아버지(90)가 중상을 입었고, 지난해 7월에는 경기 하남에서 30대 남성이 위층에 올라가 여성(67)을 살해하고, 이 여성의 남편(67)에게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층간소음은 당사자 간에 해결하기보다는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나 관리사무소 등 제삼자를 통해 중재를 받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라며 "간혹 위층의 생활소음에 불만을 품고 보복성으로 천장에 스피커를 달아 의도적으로 큰 소리를 내는 행위는 자칫 경범죄처벌법상 통고처분이나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층간소음 분쟁을 중재하는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올해 4월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은 총 1천797건이었다. 이 중 경기도에서 접수된 건수는 773건(43%)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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