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예능 뛰어드는 정치인들…"부담되지만 친근해지고 싶어"
이재명 시장 '동상이몽'·기동민 의원 '둥지탈출'…'게스트→고정' 포맷 진화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여의도와 지역구를 벗어나 가족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뛰어드는 정치인이 늘고 있다.
정치인이 예능에 출연하는 것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최근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들은 과거의 것들과는 분명히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이 과거에 출연했던 SBS TV '힐링캠프'부터 19대 대선 후보들이 나와 화제가 됐던 SBS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 최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출연한 KBS 2TV '냄비받침'의 경우 정치인이 일회성으로 인터뷰에 응하는 포맷이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과 부인 김혜경씨의 출연을 예고한 SBS '동상이몽' 시즌2와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과 아들 대명씨가 등장하는 tvN '오늘부터 독립-둥지탈출'은 가족이 노출되고, 훨씬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녹화가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돌발 상황이나 발언도 얼마든지 불거질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심상정 대표가 대선 후 'SBS스페셜'에 출연해 자연스럽게 남편과 아들을 노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동상이몽'은 부부의 생활상을 관찰 카메라에 담고, 부부가 그것을 보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코멘트하는 방식이다. 첫 방송은 이달 중으로 예정됐다.
15일 처음 전파를 타는 '둥지탈출'은 유명인사 부모의 자녀들이 가족의 품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는다. 자녀들은 네팔에서 촬영을 마쳤고 부모들은 이달 초 스튜디오 녹화에 참여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구설에 오르기 쉬운 정치인이 관찰 버라이어티 성격의 예능에 출연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중과의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이러한 부담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시장은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출연 제의를 오래전부터 받았는데 당시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 경선 일정도 있었고, 일부 참모의 반대도 있어 망설였다"며 "그러나 최근 일정에 조금 여유가 있는 데다, 저의 평소 공격적이고 터프한 모습 외에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정치인들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기가 쉽지 않은데, 과하지 않은 예능은 좋은 창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이며 "집안도 몇몇 참모 빼고는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는데 이번 방송에서는 침실까지 공개할 예정"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기동민 의원 역시 "정치인으로서 예능 출연은 역시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고, 특히 가족이 노출되다 보니 걱정과 염려가 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기 의원은 그러면서도 "아들이 다양한 경험 속에서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면 뭐든지 권하고 싶었다"며 "정치가 너무 가벼워서도 안 되지만 국민께 다양한 방식으로 친근감을 줄 수 있는 창구가 있다면 기꺼이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방송가에서도 정치인들의 관찰형 가족 예능 참여 트렌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방송가 관계자는 "정치인이 권력에 대한 고정관념을 스스로 내려놓는 것은 모두에게 필요한 일"이라며 "리얼리티 프로의 장점을 살려 대중이 궁금한 정치인의 일상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대중과 같은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친근함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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