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어업유산] ⑨ 남도 애환 담은 알싸함…홍어 주낙(끝)

입력 2017-07-09 09:25
[소중한 어업유산] ⑨ 남도 애환 담은 알싸함…홍어 주낙(끝)

미끼 없이 '7'자 모양 바늘로 건져 올리는 신안 홍어

어족자원 보호 위해 6 가구·180t만 허용, 초여름은 금어기

(신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 여성플라자는 지난해 6월 수도권 300명, 광주·전남 300명 등 성인 600명에게 전남 대표 농·수산물을 물었다.

1위는 단연 홍어(124명·20.7%)였다.



전복, 낙지, 갓김치, 굴비 등이 넘보기 어려운 응답률이었다.

굳이 설문 결과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홍어는 남도의 상징과도 같은 수산물이다.

지역을 비하하는 대명사로 불리는 동안에도 홍어는 잔칫상에서도, 초상집에서도 지역민과 애환을 함께 해왔다.

어떤 이들에게는 삶 자체다.

영진호 신동열(60) 선장은 인천 대청도 출신이지만 홍어를 쫓아 흑산도까지 내려왔다.

홍어는 봄철 흑산도 북서쪽에 분포하다가 날씨가 더워지면 인천 대청도 해역까지 올라간 뒤 겨울에 다시 남쪽으로 이동한다.

신 선장은 선원 5명과 함께 짧게는 2박 3일, 길게는 일주일간 바다에 나가 홍어를 잡는다.

그는 "많게는 500마리에서 적게는 80마리까지 잡는다"며 "물때를 잘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게 사람 마음대로 되겠느냐"고 말했다.

미끼를 끼우지 않고 200m에 달하는 주낙에 낚싯바늘을 연결하고 해저에서 30㎝ 정도 떠 있도록 고정해 유영하던 홍어가 걸려들게 한다.

황실이라고도 부르는 황강달이, 노래기, 볼락, 고등어, 가자미를 미끼로 써왔지만 1970년대부터는 '7'자 모양 바늘을 미끼 없이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어는 입이 까다로워 값비싼 오징어 아니면 미끼를 끼워도 잘 물지 않기 때문이다.

폭풍 뒤끝, 거센 파도가 바다를 뒤집어 놓으면 더 잘 잡힌다는 경험담도 어민들은 전했다.

신안군 흑산도 일대 홍어잡이는 신 선장을 포함해 6가구에만 허용됐다.

자원 보호를 위해 매년 허용 어획량을 정한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말까지는 금어기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 전남 참홍어 허용 어획량(TAC)은 180t으로 전국(203t)의 89%를 차지한다.

전남도는 올해 배정량 가운데 유보량 37t을 뺀 143t을 어선 6척에 골고루 배분하고 어업인에게 할당 증명서를 발급했다.

할당량을 초과해 잡거나 어획 실적을 보고하지 않으면 어업 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금어기를 빼고 연중 잡히는 홍어는 시기별 어획량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한다.



8∼10㎏ 최상품 가격은 지난해 말 70만원대에서 올해 3월 24만∼25만원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김중관 전남 어촌특화 지원센터 과장은 "어민들 사이에는 할당량 조정 요구도 있다"며 "홍어 주낙은 비교적 역사는 짧지만, 홍어의 독특한 성질과 어업 영위자의 희소성으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