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 20년…中기업·큰손들이 홍콩증시 '쥐락펴락'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홍콩 증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8일 보도했다.
홍콩은 상하이 증시의 부상에도 여전히 아시아의 선도적 금융시장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본토 투자의 창구 역할보다는 본토에서 들어오는 투자 흐름에 이끌려가는 모습이 더 역력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위세는 항셍지수의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홍콩의 주권이 이양되던 1997년 당시에는 홍콩의 재벌이나 HSBC처럼 식민지전통을 배경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항셍지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당시 시가총액 10대 기업 가운데는 HSBC만이 유일하게 남아있다. 허치슨 왐포와와 청쿵 홀딩스는 20년 전에 CK허치슨으로 합병하면서 10대 종목에 겨우 자리를 잡고 있을 뿐이다.
현재 항셍지수는 중국 건설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과 같은 국유은행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국유은행은 상하이 증시에도 동시 상장돼 있다.
중국의 IT기업들도 큰 교두보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 최대의 SNS 서비스인 위챗을 소유하고 있는 텐센트 홀딩스는 항셍지수에서 가장 큰 11%의 비중을 차지한다.
홍콩 증시를 흔드는 것은 대형주만이 아니다. 1997년 당시 홍콩 증시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20%를 밑돌던 중국 기업들의 비중은 현재 60%를 넘어서고 이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기업공개(IPO)에서도 물량 기준으로 중국 기업들은 92%라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홍콩 증시가 세계에서 가장 매력적인 IPO 시장으로 선정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논란도 없지 않다. 중국 기업들이 보호 예수 기간을 지키는 조건으로 사전에 공모 물량의 상당 부분을 배정받는 이른바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중국 우정저축은행이 IPO에 나설 당시 공모 물량의 80%는 코너스톤 투자자로 참여한 다른 6개 중국 국유기업들로부터 사전 주문을 받은 바 있다.
코너스톤 투자자의 존재는 기업들의 IPO를 용이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홍콩 증시의 질을 희석시키는 부작용을 지적하기도 한다.
홍콩과 상하이 증시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 홍콩과 선전 증시의 교차거래인 '선강퉁'이 시행된 것도 홍콩 증시의 거래 패턴에 변화를 초래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금이 본토 증시로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본토에서 홍콩으로 가는 이른바 남향(南向) 거래가 홍콩 증시에는 중요한 자금 유입원이 되고 있다.
제퍼리스 증권에 따르면 후강퉁을 통한 6월의 순매수액은 홍콩 증시 거래량에서 거의 10%를 차지했다. 본토 투자자들의 비중이 후강퉁이 시행된 지 2년반 만에 이런 수준까지 확대된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본토 투자자들이 종목 선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국유기업을 포함한 중국 대기업들의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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