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 동시 겨냥한 단둥은행 제재, 북핵 판도 흔들까

입력 2017-06-30 10:38
수정 2017-06-30 14:32
北·中 동시 겨냥한 단둥은행 제재, 북핵 판도 흔들까

12년전 BDA 사례처럼 북한 국제금융거래에 타격 가능성

한미정상 첫 만남 직전 제재 발표, 美 '대북 압박' 확인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중국 단둥은행을 돈세탁 우려기관으로 지정해 미국과 이 은행 간의 거래를 중단시킨 미국 재무부의 29일(현지시간) 조치가 북핵 정국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재무부의 이번 조치는 작년 5월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primary money laundering concern)으로 공식 지정한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재무부는 북·미간 금융거래를 전면 금지하면서 제3국의 금융기관이 북한과의 실명 또는 차명 계좌를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단둥은행에 대해 "미국과 국제 금융 시스템에 북한이 접근하는 관문 역할을 했다"고 설명하며 작년 5월 조치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제재임을 시사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내 중소 규모의 지방 상업은행 하나를 미국 금융망으로부터 차단시킨 것이지만 북한과 거래해온 중국 등 제3국 금융기관과 기업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 발신과 그에 따른 북한의 국제금융거래 차질 등 부대 효과는 작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 정부가 2005년 북한 수뇌부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마카오 소재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은행과 BDA간 거래를 금지한 사례를 연상시킨다.

당시 북한 금융기관을 직접 제재한 것이 아니라 북한과 거래한 중국계 은행을 제재했지만, 그 제재로 인해 BDA에 예치된 북한 비밀 자금이 동결된 것은 물론 각국 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기피함에 따라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 자체가 어려워짐으로써 대외 송금 및 결제가 사실상 마비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번 제재가 BDA 사례처럼 북한에 치명상을 줄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북한이 BDA 건으로 호되게 당한 이후 미국 주도의 주류 국제금융 질서에서 비켜나 있는 나라들을 활용해 대안의 금융망을 구축해 뒀기에 BDA 사례처럼 타격이 치명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중국의 역할을 중시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해결 노력에서 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지난 4월 미중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대북 석유공급 중단 카드를 흔들며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보류시킨 것으로 알려지는 등 미중간의 대북 공조 밀월기가 한때 있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북한의 핵보유 셈법을 바꿀 수준의 대북 압박을 할 의지를 보이지 않자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을 인신매매 관련 최하위 등급 국가로 지정하고 중국 금융기관을 제재하는가 하면 대만으로의 무기 판매를 승인하는 등 대 중국 압박의 고삐를 다시 당기고 있다.

북한과 거래한 제3국 기업 및 금융기관들에 대한 일괄적인 제재를 의미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하나의 중국' 원칙 재검토 등 중국에 정치·경제면에서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카드들이 여전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에 있는 만큼 최근 중국이 느끼는 압박감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핵 프로세스의 교착 상태를 깨고, 비핵화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도록 하는 중국의 대북 압박 및 중재 노력이 이번 제재를 계기로 탄력을 받을지 관심을 모은다.

특히 이번 조치가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첫 만남을 가지기 직전 나온 것도 주목된다.

이는 이번 조치가 북한에 대한 메시지는 물론 중국에 대해서는 대북압박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미국의 분명한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자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압박'에 방점을 두고 있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복합적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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