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만찬 메뉴는…'화합과 협력'의 상징 비빔밥

입력 2017-06-30 09:59
수정 2017-06-30 10:04
한·미 정상만찬 메뉴는…'화합과 협력'의 상징 비빔밥

한미동맹 강화·긴밀한 북핵공조 의미 담긴 듯

한국 주재 정상 오찬·만찬 단골메뉴…盧·MB·朴도 비빔밥 선택

오바마, MB와 비빔밥으로 비공식 만찬…백악관 식탁엔 처음 올라

(워싱턴=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가 29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위해 마련한 백악관 환영만찬의 주메뉴는 '화합과 협력'을 상징하는 비빔밥이었다.



쌀밥과 고추장, 여러 가지 색깔의 나물이 어우러져 특유의 맛을 내는 비빔밥은 그 자체로 화합의 상징이다.

여러 재료가 모여 다른 음식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화합'의 의미를 배울 수 있고, 재료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맛을 내는 점에서 '협력'의 의미가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빔밥의 이런 의미를 고려해 이날 만찬의 주메뉴를 고른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이 준비한 '차이브 버터와 허브로 조미한 캐롤라이나산(産) 황금미(米) 비빔밥'(Chive Butter, Herbed Carolina Gold Rice Bibimbap)에 한·미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자는 의미가 담긴 셈이다.

사실 비빔밥은 우리나라가 주재한 외국정상과의 오찬 또는 만찬에서 단골로 테이블에 오른 메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12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정상 만찬 때 주메뉴는 봄나물 비빔밥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북핵 등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핵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비빔밥을 준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청와대 영빈관 오찬에서 비빔밥을 주요리로 내놨다.

이 때 박 대통령은 건배사로 "한 손으로는 매듭을 풀 수 없다"는 러시아 속담을 언급하면서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차 방북해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베푼 북측 인사 초청 만찬의 주메뉴도 비빔밥이었다.

당시 메뉴는 '팔도 대장금 요리'를 주제로 ▲영덕게살 죽순채와 봉평 메밀쌈 ▲흑임자죽 ▲완도전복과 단호박찜 ▲제주흑돼지 맥적과 누름적 ▲고창 풍천장어구이 ▲횡성.평창 너비아니 구이와 자연송이 ▲전주비빔밥과 토란국 ▲호박과편, 삼색매작과와 계절과일 ▲안동 가을 감국차로 이뤄졌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과 북이 화해와 조화의 길로 접어들기를 바란 노 전 대통령의 희망이 비빔밥과 함께 어우러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 간 백악관 만찬은 2011년 10월 14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만찬 이후 6년 만이다.

당시 백악관 공식만찬의 주메뉴로는 텍사스산 와규 요리가 나왔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공식 만찬 하루 전인 13일 워싱턴 인근 한식당 우래옥으로 이 전 대통령을 초대해 비빔밥과 불고기로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 격의 없이 이야기하기 위해 비공식 외부 만찬을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배석해 비빔밥을 남김없이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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