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방송인에 '저능·미친·사이코' 막말 논란

입력 2017-06-30 07:10
트럼프, 美방송인에 '저능·미친·사이코' 막말 논란

'앙숙' MSNBC 남녀커플 진행자에 "저능하고 미친 미카-사이코 조"

대통령의 험한 '입'에 美 전역이 시끌벅적…"대통령 위엄 손상"

女진행자에 "얼굴성형으로 피흘려" 외모비하 비판 불러…공화당 의원도 가세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방송사의 남녀 진행자에게 "지능이 낮다", "미친", "사이코" 등의 막말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앙숙' 관계인 MSNBC 방송 '모닝 조' 프로그램의 남녀 공동진행자 조 스카버러(54)와 미카 브레진스키(50)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청률이 형편없는 모닝조가 나에 대해 나쁘게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더는 보고 싶지 않다)면서"그런데 어째서 지능지수(IQ)는 그렇게 낮은가"라고 적었다.

이어 "미친 미카가 사이코 조와 함께 새해 전날 즈음 사흘 밤 연속 (플로리다주 리조트) 마라라고에 왔는데 나한테 합류라고 계속 요구했다"면서 "미카는 당시 얼굴 성형(face lift)을 해서 피를 몹시 심하게 흘리고 있었다. (합류 요청에) 나는 '노'라고 말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자신에게 적대적인 스카버러와 브레진스키를 종종 비난한 적이 있지만, 대통령 신분으로 이처럼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방송을 같이 진행하다가 연인관계로 발전해 지난달 약혼까지 한 두 진행자는 방송에서 "트럼프의 정신 상태를 들여다볼 시점", "백악관 선임고문 콘웨이도 뒤로는 트럼프를 증오한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내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해 왔다.





세계 최강국 미국의 정상이 이처럼 민간 방송인에게 막말을 퍼부으면서 미국 각계에서 "대통령의 품위가 손상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여성인 브레진스키의 '얼굴 성형'을 언급하며 외모 비하 발언을 한 데 대해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당사자인 MSNBC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대통령이 직무를 보는 대신 협박과 거짓말, 옹졸한 개인적 공격에 시간을 쓴 이 날은 미국에 슬픈 날이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니타 로위(뉴욕) 하원의원은 세출위원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330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들에게 여성 유명인의 지능과 외모에 관한 극악무도하고 용납할 수 없는 비도덕적인 발언을 했다"고 비난했다.

같은 당 에이미 클로부차(미네소타) 의원은 트위터에서 "미국 경제가 허공에 떠 있는데, 대통령은 이런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느냐"면서 "(대통령의) 트윗 하나마다 미국 리더십이 허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까지 트럼프 대통령 비판에 가세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은 NBC 인터뷰에서 "이해할 수 없고 대통령답지 않다"면서 "그저 창피하다. 아니 창피하다는 말로는 모자라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트위터에서 "대통령님, 당신의 트윗은 대통령직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미국 정치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대변하며, 미국의 위대함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임스 랭크포드 상원의원(오클라호마)은 "오늘 대통령의 트윗은 우리 정치와 국가적 담론에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수전 콜린스(메인) 상원의원은 "이런 일은 중단돼야만 한다"면서 "3부와 언론이 잘 어울려야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존경과 예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CNN은 이날 한때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에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그대로 올려놓고 '이것이 미국 대통령의 트윗'이라는 제목을 달아놓았다.



그러나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감싸는 데 주력했다.

백악관 댄 스카비노 소셜미디어 국장은 트위터에서 "'구제불능 바보' 미카와 그의 연인인 '질투하는' 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들의 부름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길을 잃고, 헷갈리고, 슬프다"고 비난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부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모닝조의 부정적이고 불공정한 보도에 반격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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