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탈리아에 "난민구조 외국선박 갑작스런 입항 금지 안돼"
젠틸로니 伊총리, EU에 "난민 분산 수용 이행하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가 난민 유입으로 인한 정치적·사회적 부담 가중을 호소하며 난민구조 비정부기구(NGO)를 포함한 외국 국적 선박의 이탈리아 항만 입항금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유럽연합(EU)이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나타샤 베르토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29일 "이탈리아의 우려를 이해하며 현재의 상황 변화를 촉구한 이탈리아의 요구를 지지한다"면서 "하지만 어떠한 정책 변화라도 회원국과 논의를 먼저 거치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베르토 대변인은 또 "이런 정책 변화는 또한 난민 구조선을 운영하는 NGO 단체에도 합당하게 통지됨으로써 그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EU 난민담당 집행위원이 마우리치오 마사리 주EU 이탈리아 대사를 만나 이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마사리 대사는 지난 28일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EU 난민담당 집행위원을 만나 이탈리아의 난민 수용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난민 위기 대처에 미온적인 EU에 정식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마사리 대사는 이 자리에서 EU의 구체적인 지원 없이는 더 이상 난민 수용이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년 간 50만 명의 난민이 밀려든 이탈리아에는 올 들어 현재까지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4%가 늘어난 7만6천여 명의 난민이 쏟아지며 비상이 걸렸다.
작년 3월 EU와 터키의 난민 송환 협정 이후 서유럽으로 향하는 발칸 루트가 막히며 아프리카나 중동을 떠나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리비아∼이탈리아를 잇는 지중해 루트로 몰린 탓에 이탈리아는 졸지에 난민의 최대 관문으로 전락했다.
NGO 구조 선박의 입항 거부를 검토한다고 밝힌 이탈리아 정부의 방침에 NGO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중해에서 활동하는 난민 구조 NGO 가운데 하나인 SOS 메디테라네는 "이탈리아가 느끼는 부담과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유럽 차원의 공조 필요성을 이해한다"면서도 "전쟁과 폭력, 가난을 피해 도망친 난민들에게 항구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NGO가 지금의 난민 위기를 불러온 원인이 아니며, NGO를 막는 것이 난민 위기의 해법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를 포함해 국경없는의사회(MSF), 세이브더칠드런 등 10여개의 NGO들은 2014년엔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의 약 1%를 구하는 데 그쳤으나, 올 들어 4월 말 기준으로는 전체 구조 난민의 3분의 1 이상을 직접 구하는 등 난민 구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 수용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이처럼 적극적으로 구조 작업을 펼치는 NGO들이 "난민들을 실어나르는 택시" 역할을 하면서 밀송출업자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4월에는 이탈리아 검찰이 난민들을 이탈리아에 더 손쉽게 실어 나르려는 밀수업자들의 이해 관계와 한 명이라도 더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NGO의 명분이 맞아 떨어지며 일부 NGO가 불법 난민 밀수업자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고 밝혀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 조율차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중해를 통해 이탈리아로 유입되는 난민이 급증하며 우리의 난민 수용 체계가 엄중한 시험대에 올랐다"며 EU 차원에서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젠틸로니 총리는 "EU가 난민 수색과 구조 작업에는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난민 수용은 이탈리아에만 떠맡기고 있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EU 회원국들이 2년 전 약속한대로 난민 분산 수용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EU는 이에 대해 "이탈리아를 결코 혼자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내주 역내 내무장관 회담 등을 통해 이탈리아에 난민 수용을 위한 추가 자금 지원 등의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난민 분산 수용을 꺼리고 있어 당분간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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