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보통사람' 모스크바영화제서 남우주연상·특별상 받아(종합)
배우 손현주 주연상 영예…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도 수상
김봉한 감독 "주변에서 보는 보통사람 실감나게 연기한 것이 주효"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세계 4대 국제영화제의 하나로 꼽히는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작품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영화제 주최 측은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로시야'(러시아) 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김봉한 감독의 '보통사람' 주연을 맡은배우 손현주(52)를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남우주연상은 여우주연상·감독상·심사위원상·최고작품상과 더불어 영화제 주요 5대 상 가운데 하나다.
올해 3월 개봉한 보통사람은 전두환 정권의 군사독재가 절정에 달한 1980년대 후반 상황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보통 삶을 살아가던 강력계 형사가 정보기관(안기부)이 주목하는 연쇄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자신의 삶과 가족을 송두리째 잃게 되는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손현주는 베트남전 참전군인 출신의 강력계 형사로 열심히 범인 잡아 국가에 충성하고, 벙어리 아내와 다리장애가 있는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2층 양옥집에서 번듯하게 살아보는 것이 소원인 평범한 가장 '성진'의 내면적 갈등과 고뇌를 실감나고 깊이 있게 연기해 수상의영예를 안았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으로 TV 드라마 탤런트이자 영화배우로 왕성하게 활동해온 손 씨는 2013년 개봉한 영화 '숨바꼭질'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이후 '악의 연대기', '더 폰' 등에서 잇따라 주연 배우로서의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하며 주목받아 왔다.
이날 시상식에는 손씨가 참석하지 못해 김 감독이 대신 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내 영화를 통해 배우 손현주가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배우가 돼서 기쁘다"면서 "그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우리 아버지, 우리 아들처럼 보통사람들의 모습을 가장 실감 나게 보여준 것이 심사위원들에게 주목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칸, 베를린, 베니스와 더불어 세계 4대 국제영화제로 꼽히는 모스크바 영화제는 옛 소련 시절인 1935년 처음 개최됐으나 제2차 세계대전으로 열리지 못하다가 1959년부터 재개된 동유럽 최대 영화제다.
지금까지 모스크바 영화제에서 한국 배우가 주연상을 받은 것은 지난 1989년 강수연이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여우주연상을, 1993년 이덕화가 '살어리랏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처음이다.
한편 보통사람은 이날 영화제에 자체 심사위원단을 파견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가 주는 최우수영화상도 받았다.
1990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아시아영화 세미나를 통해 설립된 NETPAC은 세계 29개국 40여 개 영화제와 150여 명의 회원이 속한 국제기구다.
39회째를 맞은 올해 모스크바 영화제의 최고작품상은 중국 영화 '볏이 있는 따오기' (Crested Ibis)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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