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안하다·야행·여성파산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미안하다 = 1995년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 표성배의 시산문집.
산업현장에서 묵묵히 일하지만 희망퇴직과 정리해고의 위협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삶을 시와 산문에 담았다. 공장은 '먹을 것을 기르는 논이자 밭', 노동자들의 밥은 '피밥'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밥. 우리가 공장폐쇄라는 당면한 문제 앞에 두려운 것은 밥, 밥 때문이다. 밥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밥은 모든 것으로 통하게도 하고, 모든 것을 벽처럼 막기도 한다. 밥은 그래서 전지전능하다. (…) 아내 남편이고 아이들 아버지인 한 집안 가장으로서 책무가 밥의 무게가 되어 내리누른다. 밥은 무겁다. 무거운데 그 무게를 잴 수조차 없다. 첨단기술로도 잴 수 없는 무게, 그게 밥이다. 노동자의 밥이다. 피밥이다."
갈무리. 248쪽. 1만5천원.
▲ 야행 =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를 쓴 일본작가 모리미 도미히코(森見登美彦)의 장편소설. 가상과 현실을 교묘히 오가는 특유의 '매직 리얼리즘' 기법으로 펼친 괴담이다.
주인공 오하시는 영어학원 동료들과 함께 밤의 축제에 다시 모인다. 10년 전 동료 하세가와가 홀연히 사라진 그 축제였다. 오하시는 하세가와를 똑 닮은 사람을 발견하고 뒤를 쫓는다. 숙소에 모인 동료들은 각자 겪은 기묘한 모험담을 펼쳐놓는데…
예담. 김해용 올김. 276쪽. 1만3천원.
▲ 여성파산 = '1인 가구 여성 3명 중 1명이 빈곤층'. 2011년 아사히신문 1면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실리고 나서 '빈곤 여성'이 일본 사회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여성의 빈곤은 일시적 화젯거리로 소비됐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르포르타주 작가인 이이지마 유코(飯島裕子)가 빈곤 여성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2000년대 이후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젊은 여성의 비정규직화가 현저하게 진행되는 추세다. 임금이 낮고 해고당하기 쉬우며 고강도 노동과 성희롱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게 비정규직의 현실이다.
저자는 여성 빈곤을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의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번듯한 직장도 없는 주제에,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주제에, 결혼도 안 한 주제에, 자식도 없는 주제에…… 이러한 공기처럼 떠도는 고달픔과 자기 책임의 악순환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매경출판. 정미애 옮김. 32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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