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민주노총 총파업, 시민들이 이유나 알겠나

입력 2017-06-29 17:46
[연합시론] 민주노총 총파업, 시민들이 이유나 알겠나

(서울=연합뉴스) 민주노총이 30일 비정규직·건설 노동자 등 3만∼4만 명이 참가하는 총파업을 한다.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철폐, 노조 할 권리 실현 등 3대 사회적 요구의 관철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름도 '사회적 총파업'이라고 붙였다. 급식조리사 등으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노조는 29일 전국 초중고교의 28.5%인 3천294곳에서 파업을 했다. 다음 달 8일까지로 정한 총파업 주간 마지막 날에는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민중대회도 열 예정이다. 총파업이라고 하지만 현대 기아차 등 대기업 노조는 간부들만 참여할 것으로 보여 산업계에 미칠 타격은 다행히 제한적일 것 같다. 다만 학교비정규직 노조 파업으로 1천900여 개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돼 학생들이 도시락을 먹거나 단축수업을 하는 불편을 겪었다. 30일에는 수도권 16개 대학의 청소·경비 노동자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가 가세한다. 지난주 건설노조원들의 집회로 서울 도심에서 차량정체가 빚어진 것과 같이 앞으로 일주일간 시민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은 법률로 보장된 노동기본권의 하나인 만큼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이 파업할 시기인지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파업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만 50일 되는 날에 맞춰졌다. 새 정부는 17명의 각료 가운데 국무총리와 6명의 장관만 임명할 정도로 아직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새 정부는 이전 박근혜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동 친화적' 공약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를 '국정의 주요 파트너'로 대하겠다면서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달라"며 자제를 호소했다. 지난 28일 고용노동부는 '노조 할 권리'를 침해하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구체적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말라"며 파업을 통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민주노총은 촛불집회를 주도해 새 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을 자처해온 터라 시민들은 이번 파업을 더욱 의아하게 바라본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금 시점이 적폐청산과 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금의 인내도 없이 새 정부에 '촛불 청구서'를 내미는 듯한 행태에 시민들 시선이 곱지 않다. 당장 민주노총 내에서도 지도부 방침과 거리가 있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우선 민주노총의 주축인 대기업 노조가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금속노조의 일자리 연대기금 조성 제안에 현대자동차노조의 현장조직이 '생색내기용'이라며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노동계의 기대가 큰 것처럼, 노동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기대 또한 크다"며 민노총의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 민노총 지도부는 '세(勢) 과시용' 정치파업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이냐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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