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부모가 두살배기 딸 묻힐 무덤서 놀아주는 사연
거액 병원비 마련못해 생사위기 딸 죽음 두려워 않도록
(서울=연합뉴스) 권영석 기자 = "우리 딸이 최후의 순간을 맞더라도 죽음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증 빈혈증을 앓아 죽음을 앞두고 있는 두 살배기 딸의 치료비를 마련할 길이 없자 무덤을 파고 딸과 함께 드러누운 중국인 부녀의 모습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29일 중국 쓰촨(四川)성 네이훙(內江)에 사는 아빠 장리융(張利勇·24)이 자신의 딸이 죽은 뒤 무덤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기 위해 무덤을 파고 같이 놀아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씨의 딸 신레이(芯뢰<草+雷>)양은 생후 2개월 때부터 적혈구 내 헤모글로빈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선천성 중증 빈혈증인 '지중해빈혈'을 앓아 정기적인 수혈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장기가 파손될 수 있다.
유리공장에서 일하는 장씨는 "지난 2년간 그동안 저축한 돈 14만위안(2천350만원)을 모두 딸을 살리기 위한 치료비로 썼다"면서 "주변 사람들한테도 돈을 많이 빌려 더는 돈을 빌릴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장씨 부인 덩민(鄧敏)은 "수혈로 목숨을 유지해 왔으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와 폐렴에 걸려 병원 입원을 자주 한다"면서 "2천500위안(42만원)인 남편 한 달 월급으로는 병원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장씨 부부는 "딸의 치료를 포기하고 신레이가 평화롭게 쉴 수 있는 무덤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면서 "신레이가 무덤을 무서워하지 않게 하려고 매일 데리고 와 같이 놀아준다"고 털어놨다.
중국 누리꾼들은 장리용 가족의 사연을 접하고 "정말 방법이 없겠구나", "평생 수혈을 해야 한다면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등 안타까운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홍십자회나 자선기금에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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