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의 풍경 속 외식, 미식문화의 변천사
신간 '레스토랑에서'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식당, 음식점을 뜻하는 '레스토랑'(restaurant)은 '회복하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레스토레'(restaurer)에서 유래했다. 초기 레스토랑에서 일종의 원기 회복을 위한 수프를 판매한 데서 온 표현이다.
왜 수프였을까. 독일 출신의 문화사회학자 크리스토프 리바트는 레스토랑이 배고프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신간 '레스토랑에서'(열린책들 펴냄)는 리바트가 레스토랑의 풍경을 통해 맛과 외식, 미식의 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핀 책이다. 웨이트리스, 요리사, 비평가, 기자, 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과 레스토랑에 얽힌 이야기들을 시간과 장소를 교차해가며 열거하는 몽타주 기법으로 레스토랑에 반영된 사회상을 읽어낸다.
레스토랑은 유럽에서 18세기 초 사람들이 배를 곯지 않게 되면서, 또는 배고프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면서 시작됐다. 주된 고객은 배고프지 않은 엘리트들이었다. 초기 레스토랑의 메뉴가 육수의 일종인 '부용'(bouillon)이었던 것은 레스토랑이 배고픔을 채우는 장소가 아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레스토랑 비평은 점차 레스토랑이 더 많은 메뉴를 제공함에 따라 시작됐다. 19세기 초 알렉상드르 그리모 드 라 레니에르는 '미식가 연감'을 발표했다. 음식물 섭취라는 육체적 행위가 미학적이고 지적인 활동으로 여겨지면서 사람들은 더 많은 종류의 식도락에 관심을 보인다. 저자는 19세기 파리에서 요식업과 점점 커지는 대중 매체 세계가 서로를 자극하면서 발전했고 프랑스 요리는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면서 비로소 프랑스 요리로서의 명성을 얻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아직 미식은 프랑스만의 문화였다. 19세기 후반 런던의 음식점에서는 차게 식힌 고기와 빵, 단지 모양의 주석잔에 든 맥주를 먹을 수 있을 뿐이었다.
미식이 확산한 계기는 만국박람회였다. 런던, 빈,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 박람회가 열리는 도시에는 프랑스 레스토랑이 어김없이 등장했고 박람회장에서 먹었던 음식을 다시 맛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며 레스토랑은 확산한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레스토랑과 미식 문화는 다시 변한다. 다시 사람들이 배고파지면서 상류층의 미식을 위한 공간이었던 레스토랑은 저렴하고 서민적인 음식도 제공하는 곳으로 바뀌어간다.
조지 오웰이 돈을 벌기 위해 파리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한 경험을 담아 펴낸 첫 책, 나치독일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가 남긴 레스토랑에 대한 기록들, 장 폴 사르트르의 사고 구조에서 웨이터가 차지하는 역할,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방문해 유명해진 만두가게 등 유명인들과 레스토랑에 얽힌 이야기들이 중간중간 등장한다.
이수영 옮김. 35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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