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해외지출에 자본이탈 숨어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의 해외여행 경비가 급증했다는 통계가 중국의 무역 흑자를 인위적으로 축소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29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해외여행 경비의 급증이 실제로는 자본의 해외이탈을 감추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공식 통계에서 쇼핑과 유흥, 진료 등을 위해 해외에서 쓴 경비로 분류된 금액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해외의 금융 자산과 부동산에 투자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요지다.
연준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년 동안에 해외여행 경비로 둔갑한 자본 유출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의 1.7%에 해당하는 1천900억 달러에 이른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에 비판적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실탄을 제공하는 셈이다. 중국의 무역흑자가 공식 통계에서 제시한 것보다 덜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자 게인들이 해외 투자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 여행 경비가 급증한 배경이다.
개인들이 해외여행과 진료, 유학을 위해 사용할 목적으로 환전할 수 있는 액수는 연간 5만 달러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개인들은 이를 피하기 위한 온갖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
중국 은행 창구 직원들이 개인들에 판매한 외화가 실제로 지출됐는지를 입증하는 문서를 요구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고객들도 외국 은행과 증권사 계좌에 입금했으면서도 은행에 제출하는 신고서에서는 여행 경비 항목에 체크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부동산이나 거액의 해외 투자를 노리는 개인들의 경우에는 지인과 가족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직불카드와 신용카드를 사용해 해외의 현금자동출납기(ATM)에서 돈을 인출하는 수단도 있다.
중국의 유니온페이는 해외 ATM에서 이뤄지는 거래의 대부분을 여행 경비로 자동 분류해 당국에 보고해왔다. 마카오 당국은 지난 5월 유니온페이 카드를 사용한 ATM 현금 인출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국 외환관리 당국은 이달 들어서 시중은행들에 해외에서 유니온페이 카드를 이용한 거래액이 1천 위안(147달러)을 넘는 경우에 한해 매일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중국의 공식 통계를 보면 여행경비 지출이 중진국과 같은 수준인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2014년 통계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여행경비 지출액의 비율이 영국과 같은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 연준의 주목을 끌었다.
연준 보고서의 저자는 성장률이 둔화되고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는 시기에 여행 경비 지출액이 7배나 높은 1인당 GDP를 자랑하는 영국과 같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2015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여행 경비로 둔갑한 자본 유출이 GDP의 1.7%라고 본다면 중국의 실제 무역 흑자는 그만큼 높아져야 함을 가리킨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