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장어 위판장 거래 의무화 공전…생산자 단체 반발
(영암=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18년 만에 도입된 민물장어 위판장 거래 의무화가 제도 미비로 공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관련 법률 시행일을 한 달 가까이 넘기고서도 시행 규칙을 다듬고 있다.
29일 해양수산부와 민물장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일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거래 정보 부족 탓에 가격 교란이 심한 수산물로서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한 품목은 위판장에서만 매매 또는 거래하도록 했다.
적용 품목인 민물장어(뱀장어)는 1999년 어획물 판매장소 지정제도가 폐지된 뒤 18년 만에 위판장 밖에서는 거래할 수 없도록 상장이 의무화됐다.
거래 장소를 제한한 조항이 신설된 이 법률은 지난 3일 시행됐다.
그러나 해양수산부가 시행규칙 보완에 나서면서 새 조항이 법률상으로는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시행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다.
법률 공포(지난해 12월 2일)에서 시행일(지난 3일)까지 6개월여 준비 기간만 결과적으로 허비한 셈이 됐다.
해양수산부는 거래 장소 제한과 관련해 예외 규정을 둬 위판장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정보 독점 우려가 없는 생산자 판매 경로, 법정 도매시장에서도 민물장어 거래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시행규칙을 다듬고 나면 법제처 심사를 거쳐야 한다"며 본격 제도 시행까지 지연 기간이 길어질 것을 예고했다.
정치권 설득과 양식어민 서명운동 등으로 법률 개정을 주도한 민물장어 양식 수협은 "해수부가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법률 개정 과정에서는 업종별 수협이 위판장 운영의 주도적 지위를 얻을 것으로 해수부가 알려와 전국 3곳에 위판장까지 갖췄으나 뒤늦게 일반 수협이나 위판장으로 범위를 넓히려 한다는 주장이다.
민물장어 양식 수산업협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물장어 외 다른 수협이나 도매시장이 위판장을 개설하는 것은 일본, 대만, 중국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다"며 "유통 대란에 신음하는 생산자를 외면하는 해수부야말로 김영춘 장관이 취임 일성에서 버려야 할 것으로 강조한 관행, 관망, 관권"이라고 비난했다.
민물장어 수협은 "해수부는 민물장어의 특수성 등을 무시하고 행정 연속성과 신뢰도 저버렸다"며 "시행규칙 제정 등으로 법률 시행이 늦춰진다면 상경 투쟁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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