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니까 할 수 있는 일…美상무장관 화상연설 중간에 끊어
"당초 10분 예정 연설시간 넘어서"라지만 美·獨 긴장 반영…중단조치에 청중들 박수·환호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 상무장관이 너무 길게 말한다는 이유로 독일 측 사회자에 의해 연설을 중단당하고, 독일 청중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27일(현지시간) 저녁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의 경제 심포지엄에서 일어난 일이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 회의에 직접 참석하려던 당초 계획을 취소하고 미국에서 화상으로 연설하고 있었다. 로스 장관의 연설이 20분간 진행됐을 때 주최 측이 화상을 끊고는 "미국 상무장관이었습니다. 10분간 연설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셨다시피 다소 느리게 말씀하셔서 좀 길어졌습니다"라고 하자 독일 청중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고 블룸버그닷컴 등 외신들이 28일 전했다.
주최 측의 중단조치 이유 설명은 약속한 시간을 넘겼기 때문이라는 것이지만, "로스 장관의 연설 내용이 작용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힘들다"고 포린 폴리시는 지적했다.
블룸버그 등 다른 매체들도 내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무역과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독일 사이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로스 장관은 화상 연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이 수입국보다 수출국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비난하고 "독일 제품의 최대 고객으로서 미국은 독일 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하는 등 독일의 대미 무역흑자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을 되풀이했다.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뒤로 돌려 로스 장관의 화상 연설을 지켜보던 메르켈 총리는 이어 연단에 나서 독일의 무역흑자에 대한 로스 장관의 비판을 반박했다.
로스 장관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중단된 범대서양무역투자협정(TTIP)의 협상을 재개할 의사를 밝히고, 메르켈 총리는 이를 환영하면서 독일 회사들의 대미 직접 투자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호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에선 "논쟁이 많이 벌어질 것"이라고 메르켈 총리는 이미 예고했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