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번호 1번' 황재균, 데뷔 첫날 최고의 선수·최고의 하루

입력 2017-06-29 09:22
'등번호 1번' 황재균, 데뷔 첫날 최고의 선수·최고의 하루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첫 무대에서 결승 홈런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천신만고 끝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은 등번호 1번을 달고 데뷔전을 치렀다.

황재균은 등번호처럼 메이저리그 첫날부터 첫 타점, 첫 홈런을 치며 최고의 선수가 됐다.

단순한 홈런도 아니고 팀 승리를 이끈 결승 홈런이었다.

메이저리그 새내기 황재균은 첫날부터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황재균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2017 메이저리그 홈경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5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자체로도 최고의 하루가 될 수 있었다. 꿈을 실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까지의 고생은 모두 화려한 데뷔전을 위한 극적인 과정으로 보일 정도다.

황재균은 불과 이틀 전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도전을 이어갈지 말지 갈림길에 서 있었다.

지난 27일까지만 해도 황재균이 옵트아웃을 행사해 샌프란시스코와의 계약을 중도 해지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로 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그런데 황재균은 지난 28일 드라마같이 전격 콜업 소식을 들었다.

내야수 코너 길라스피의 허리 부상이 재발해 황재균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드디어 데뷔전.

시작은 조용했다.

0-2로 뒤진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은 빅리그 첫 타석에서 황재균은 콜로라도의 좌완 선발투수 카일 프리랜드의 5구째 시속 137㎞ 슬라이더를 공략했다가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시동을 걸었다.

4회말 1사 1, 3루에서 프리랜드의 글러브에 맞는 땅볼을 치고 1루에서 아웃당했다. 하지만 3루 주자 조 패닉이 홈에 들어와 타점을 올렸다.

데뷔전에서 타점을 올린 것만으로도 소박하게 뿌듯함을 느낀 하루가 됐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음 타석에서 제대로 일을 냈다.

3-3으로 맞선 6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프리랜드의 3구째 시속 145㎞ 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린 것이다.

기다렸던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비거리 127m 홈런으로 장식했다.

마음고생을 훌훌 날려버린 시원한 홈런이었다.

이 홈런은 또 팀의 5-3 승리를 이끈 결승포가 됐다.



황재균은 경기 후 현지 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정말 한 경기라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어서 미국에 건너왔는데 그게 오늘 이뤄져 너무 기분 좋다"며 "그 경기에 결승 홈런을 쳐서 믿기지 않고 꿈만 같다"고 말했다.

작년까지 몸담았던 롯데 자이언츠 등 국내 구단의 거액 제안을 뿌리치고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좇았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입성이 보장되지 않은 스플릿 계약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식구가 됐다.

메이저리그에 합류하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했다.

스프링캠프에 초청된 황재균은 동료가 선정하는 캠프 신인왕인 '2017 바니 뉴전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황재균은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황재균이 트리플A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그의 경쟁자들인 크리스티안 아로요, 코너 길라스피, 라이더 존스가 차례로 메이저리그로 불려 나갔다.

샌프란시스코의 내야 자리는 한정돼 있었고, 황재균에게는 '선택의 시간'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옵트아웃을 행사하려면 7월 2일까지는 마음의 결정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황재균은 도전을 포기하지 않은 결실을 데뷔전에서 한껏 맛봤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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