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김선빈, 9번 타자+유격수 타격왕 정조준
타격왕 오르면 9번 타자로는 사실상 최초
유격수로는 1994년 이종범 이후 23년 만에 도전
박흥식 코치 "올해 하체 보강 힘쓴 덕분"
(광주=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2017시즌 KBO리그 타율 1위 김선빈(28·KIA)의 고공행진이 멈출 줄 모른다.
김선빈은 28일까지 타율 0.376(250타수 94안타)으로 수위타자 자리를 꽉 붙잡고 있다. 지난 15일 이대호(롯데)를 제치고 올해 첫 타율 1위에 오르더니, 이후 서건창(넥센·0.363)과 나성범(NC·0.367)의 추격을 뿌리치며 가장 앞서 달린다.
김선빈은 2007년 이현곤 이후 첫 KIA 출신 타격왕을 정조준한다. 이현곤은 2007년 타율 0.338로 양준혁(삼성·0.337), 이대호(0.335)를 근소한 차로 제치고 타격왕을 차지했다.
이현곤 역시 9번 타자와 유격수 경험이 있지만, 본업은 3번 타자 3루수였다. 이현곤은 2007년 9번 타자로 타율 0.400(5타수 2안타), 유격수로 타율 0.314(51타수 16안타)를 찍었다.
대신 올해 김선빈은 유격수로만 선발 출전해 타율 0.387을 찍었고, 대타로 7차례 타석에 들어가 안타를 때리지 못했다. 전체 281타석 중 9번 타자로 139타석에 들어가 타율 0.392(125타수 49안타)를 때렸다.
김선빈이 타격왕에 오르면 9번 타자로 가장 많이 출전한 선수로는 처음이며, 유격수로는 1994년 이종범(해태·0.393) 이후 23년 만의 타격왕이 된다.
박흥식(55) KIA 타격코치는 올해 김선빈의 타율이 대폭 올라간 비결로 '부챗살 타격'을 꼽았다.
박 코치는 "원래 김선빈은 주로 밀어쳐서 타구가 오른쪽으로 갔다. 자연스럽게 상대 팀에서도 김선빈이 나오면 오른쪽으로 시프트를 걸었다. 대신 올해는 왼쪽으로도 타구를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시프트가 분산되고, 그만큼 공간이 넓어져 더 많은 안타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타율 0.300을 기록한 김선빈은 당시 그라운드 왼쪽으로 93개, 중앙으로 67개, 오른쪽으로 124개의 타구를 보냈다.
아웃으로 이어진 191개의 인플레이 상황 중 그라운드 오른쪽에서 잡힌 아웃카운트는 93개로 절반에 육박했다.
반면 올해는 좌측 87개, 중앙 61개, 우측 76개로 오히려 타구 분포가 왼쪽으로 기울었다. 자연스럽게 좌측 안타(35개)가 중앙(32개), 우측(27개)보다 늘어났다.
타자가 당겨치기로 좋은 결과를 내려면 힘있게 팔로 스윙하는 게 중요하다. 국내 타격코치 가운데 '골반 회전'을 가장 중요시하는 박 코치는 "김선빈이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하체 보강에 많이 힘썼다. 하체가 강해지면서 회전력도 좋아지고, 예전이었으면 방망이가 나갔을 볼도 참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선빈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고비는 한여름이다.
구단에서 수위타자 김선빈을 9번 타순에 배치하는 것도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껴주기 위해서다.
박 코치는 "김선빈이 잘 치니까 자연히 상위타선에 배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체력 안배를 위해 9번 타자로 계속 내보낼 거라고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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