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최악 축구장 참사 28년만에 관련자 6명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
96명 숨진 1989년 힐스버러 참사 관련 경찰·구장 소유주 등 형사 기소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1989년 축구 팬 96명이 목숨을 잃은 영국 힐스버러 참사와 관련해 당시 현장 안전 책임자였던 경찰서장에 대해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 방침이 결정됐다.
지난해 열린 힐스버러 참사 진상규명 재판에서 단순 사고사라는 과거 판결이 21년 만에 번복된 뒤 나온 검찰의 후속 결정이다.
이 사건은 1989년 4월 노팅엄 포레스트와 리버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결승 경기가 열린 셰필드 힐스버러 경기장에서 관중 96명이 압사한 사고를 가리킨다.
경기장 입구로 수천 명의 팬이 몰려들자 안전사고를 우려한 경찰이 출구 일부를 열어 인파를 분산시키려 했는데, 오히려 이를 통해 지나치게 많은 관중이 입석으로 몰려들었다.
이미 입석이 만원이라는 사실을 모르던 입장객들이 계속 앞사람들을 밀어내는 가운데 경기에 열중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관중 다수가 그라운드와 관람석 경계인 철제 보호철망과 뒤에서 밀려드는 인파 사이에 끼어 질식사하고 말았다.
영국 검찰청은 28일(현지시간) 경기장 안전 책임자였던 당시 데이비드 두켄필드 사우스요크셔경찰서장에 "완전한 직무태만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당시 사우스요크셔경찰서 간부들과 경찰 측 변호인 등 4명에 대해서도 사후 증거 은닉 또는 거짓 증언 등의 이유로 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외 힐스버러 경기장 소유주 역시 보건 및 안전 기준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방침이 정해졌다.
수 헤밍 영국검찰청 특수범죄부장은 "세심한 증거 검토 이후 6명에게 형사 범죄로 기소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당시 18세인 아들을 잃은 배리 데본사이드는 "주요 경찰들이 기소될 것이라는 결정이 발표됐을 때 모두가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4월 리버풀 인근 워링턴 법원에서 열린 힐스버러 참사 진상규명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7대 2로 참사는 팬들의 잘못이 아니라 경찰의 치명적 실수로 빚어졌다는 평결을 내렸다.
이 사고에 대해 경찰당국은 팬들이 술에 취해 있었고 통제 불능 상태였다고 주장해 사고사로 처리됐다.
하지만 경찰이 진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20년 넘게 '96명에 대한 정의'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이어 온 유족들의 노력 끝에 2012년 대법원이 진상조사를 명령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작년 진상규명 재판에서 단순 사고사를 뒤집는 배심원단의 평결이 나온 것이다.
jungw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