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국민의당, '평당원 혼자 조작' 믿으란 말인가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에 관한 '취업 특혜 의혹'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8일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날 이 씨 자택과 사무실,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로부터 조작된 제보를 넘겨받아 당에 넘긴 사람이다. 검찰은 이 씨 등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휴대전화, 서류와 메모, 장부 등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 수사의 초점은 이 씨의 제보 조작에 당의 윗선이 개입했는지, 개입했다면 어느 선까지인지 밝혀내는 데 맞춰진 것 같다. 검찰은 이 전 최고위원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고 출국금지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개입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 연결 고리의 정점에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당은 전날 특검을 가동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가 강한 역풍을 맞았다. 이 씨의 제보 조작이 잘못이라는 점을 사과하면서도, 특검을 지명해 문준용 씨의 취업 특혜 의혹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당연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본말전도의 '물타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당은 화들짝 놀라 '선 제보조작 수사, 후 채용특검 검토'로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후퇴 선은 '이 씨의 단독범행'까지만 인정하는 것으로 정해진 듯하다. 대선 당시 공명선거추진단장을 지낸 이용주 의원은 "이틀간의 검찰 조사에서 이유미는 제보 조작을 혼자 했고,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제보 조작 사실을 알린 바도 없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대선 전 2주일여 동안 이 씨와 이 전 최고위원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요약하면, 평당원인 이 씨가 혼자 조작한 녹음파일을 이 최고위원에게 보고했고, 당의 윗선은 조작 사실을 전혀 모른 채 파일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는 것이 국민의당 주장이다.
국민의당이 배수의 진을 친 것 같은 느낌도 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저희 당은 존속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면서 "제가 앞장서 해체작업을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이 씨의 범행에 당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 박 비대위원장이 굳이 해체에 앞장설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조직적으로 위조한 제보를 갖고 다른 당 대선후보에 네거티브 공세를 퍼붓고 검찰 수사가 죄어오자 다시 은폐를 기도한 셈이니 말이다. 민주주의 체제의 공당으로서 존립의 의미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하다.
이 씨의 단독범행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하드디스크, 휴대폰 등을 정밀 분석 중이다. 국민의당도 자체 진상조사단을 가동했다. 김관영 단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이유미 씨부터 안 전 후보까지 관계된 사람을 모두 조사하겠다고 했다. 결국 안 전 후보 등 대선 당시 지도부가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이 씨 혼자 조작한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국민의당이 곤경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조작된 제보 내용의 심각성과 선거 나흘 전 언론에 공개한 점 등을 고려하면 국민의당의 부실한 검증은 조작 못지않게 중대한 잘못이다. 안 전 후보 등 지도부가 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해도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이 먼저일지, 자체 진상조사가 먼저일지 확실하지 않으나 진상이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민의당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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