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中企 자금조달 여건 개선…건전성은 악화 우려"

입력 2017-06-29 07:03
"하반기 中企 자금조달 여건 개선…건전성은 악화 우려"

IBK경제硏 "대통령 취임연도 중기대출 증가율 명목GDP의 2.3배"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올해 하반기 중소기업 자금조달 여건이 작년보다 다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29일 IBK경제연구소의 '하반기 중소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살아난 수출과 정부의 재정확대 조치로 올해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은 작년의 30조5천억원보다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중소기업이 돈을 빌릴 여건이 좋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상반기에도 좋았다. 올 4월까지 중기 대출은 16조5천억원 늘어나 순증 규모가 지난해 동기에 견줘 17.0%나 증가했다.

시중은행이 대출자산 운용의 중심을 중소기업 부문으로 옮긴 탓이다. 올 4월까지 5개 시중은행의 중기 대출 순증액은 9조9천억원으로, 전체 대출자산 순증액(7조3천억원)보다 많았다. 가계 또는 대기업 대출을 줄이고 중기대출을 늘린 것이다.

지난해부터 대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도입됨에 따라 은행이 중기 대출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IBK경제연구소는 구체적으로 공급, 수요, 정부, 금리 등 대출에 영향을 주는 4가지 요인을 각각 살폈다.

우선 공급 요인은 '중립'으로 판단했다.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와 가계 대출 억제에 따른 기업대출 풍선효과라는 긍정적인 측면과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부실 증가로 대출 여력 축소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혼재돼 있어서다.

수요와 정부 요인은 중기대출 순증액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수출 회복에 따른 설비투자 개선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늘어나고 정부가 중소벤처기업부 승격 등 중소기업 지원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

과거 3번의 대통령 취임연도에 중기대출 증가율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평균 2.3배 높기도 했다.연내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국내 시장금리도 오를 것으로 예상돼 금리 요인은 대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중기 대출은 늘어나지만 대출의 건전성은 악화할 것으로 우려됐다.

올해 1분기 중소기업 연체율은 0.72%, 부실채권비율은 1.38%로 꾸준히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는 부실채권의 신규 발생이 감소해서가 아니라 부실채권의 정리액이 증가했기 때문이어서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IBK경제연구소는 지적했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과 조선업종의 부실 심화로 대출 건전성 악화가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3년간 시장금리와 연체율간 상관계수는 0.82로 매우 높은 수준을 보인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깝다는 것은 두 변수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조선업종 밀집지역의 중소기업은 매출 감소와 자금 상환 압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IBK경제연구소가 올 4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선·해운업종의 협력 중소기업은 가장 큰 금융 애로 사항으로 만기도래 대출에 대한 금융기관의 상환요구를 꼽았다.

IBK경제연구소는 유망 업종과 우량 기업에 대출이 집중되면서 전반적인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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