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35층 규제 고수…'누구를 위한 높이인가' 발간
"경관은 특정인 아닌 모두의 것"…조망 공공성 강조
대치 은마아파트·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심의 '주목'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올해 들어 다시 불붙은 아파트 '35층 높이 규제'의 이유를 설명하는 책을 29일 내놨다.
'누구를 위한 높이인가'라고 붙인 제목이 도발적이다.
서울시가 아파트 높이 규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조합 등이 50층에 이르는 초고층 재건축 의사를 굽히지 않는 가운데 층수 규제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 산하 연구조직인 서울연구원의 도시 공간 전문가 박현찬·정상혁 박사가 공동 집필했다.
서울시는 층수 규제의 핵심을 '공공성'에서 찾는다.
경관은 특정인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며, 고층 아파트가 늘어설수록 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조망권은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를 설득하기 위해 서울 아파트의 역사와 해외 사례부터 짚어나간다.
1970∼1980년대 강남지역에 들어선 아파트는 대부분 5층에서 12층이었다. 책 출간 직전인 지난 27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최고 35층으로 재건축을 허가한 반포주공1단지도 5층짜리 나지막한 아파트였다.
이 아파트들이 2000년대 재건축되면서 층수가 20층 후반이 됐고 2008년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가 36층으로 지어진 후 아파트 고층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초고층 아파트는 건설비가 많이 들지만 '조망권 프리미엄'이 추가돼 그만큼 높은 가격에 분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저자는 "아파트 층수가 35층으로 높아졌지만 이마저도 사업성 확보를 위해 다시 50층을 지향하고 있다"며 "50층 다음에는 몇 층이 되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서울시는 지역 특성에 따라 건축물을 높이고 낮추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주거지의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하되 강남·여의도 등 도심과 용산·잠실 등 광역 중심지는 비주거 용도를 포함하는 복합 건물을 50층까지 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미국 뉴욕시도 맨해튼 지역은 상업용 고층건물을 허용하지만, 주거지역인 브롱크스의 공동주택 높이는 최대 14층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35층이라는 규제가 과도하고 획일적이며, 개발 규모를 확보하려고 건폐율을 늘리면 오히려 단지 내 공간이 좁아져 경관을 망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파트를 고층으로 짓고 각 동 사이의 거리를 넓히면 경관이 차라리 나아진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아파트 동 사이 거리를 넓힌다 해도 그 뒤에 또 다른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시야가 가로막혀 의미가 없어진다"고 반박하고 있다.
'왜 35층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은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주먹구구로 나온 숫자가 아니라 한강변 주요 조망 지점을 중심으로 배후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적정 높이이며, 법적 용적률 상한선인 300%를 적용했을 때 무리 없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누구든 사유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고 정부가 그것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개발 행위가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도시계획의 근간"이라며 "이제 점점 서울 인구가 줄고 있는데 더 높게 지을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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