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폭풍 성장 속 '최악의 지배구조' 논란

입력 2017-06-29 10:15
미래에셋, 폭풍 성장 속 '최악의 지배구조' 논란

"지주회사 규제 회피 위한 각종 편법 동원"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 첫 타깃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유현민 조민정 기자 =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 미래에셋그룹은 창업 이후 20년간 전례를 찾기 어려운 폭풍 성장을 거듭해왔지만, '최악'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비정상적 지배구조도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을 개혁과제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미래에셋에 금융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과거 '재벌 저격수'로 불리며 시민 운동가로 활동하던 시절 줄곧 최악의 지배구조를 갖춘 대기업 집단으로 미래에셋을 지목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미래에셋그룹의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는 다른 재벌그룹이 지배와 상속을 위해 써온 각종 편법을 총망라한 것"이라며 "미래에셋 지배구조는 몇 대째 내려온 삼성 등 다른 재벌그룹보다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위와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금융그룹 통합감독시스템이 도입되면 사각지대에 있는 비금융 계열사들을 보유한 미래에셋그룹이 가장 먼저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미래에셋, 지주회사 규제 회피 '편법 동원 논란'

금융권에선 미래에셋의 지배구조가 20년간 대형 금융그룹으로 급성장하면서 오너인 박현주 회장의 견고한 지배체제를 위해 기형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경제개혁연대 소장으로 활동하던 작년 3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래에셋은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미래에셋캐피탈 등 지배주주 일가의 가족회사들이 지주회사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본업이 '신기술금융'인 미래에셋캐피탈은 채권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계열사 주식을 확보한 그룹 소유구조의 핵심이지만, 지주회사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 중심의 한국투자금융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것과 대조적이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는 총자산에서 자회사 주식가치 비중이 50%를 초과하면서 최다 출자자인 경우 피투자 계열사를 '자회사'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에셋캐피탈은 자회사 지분가치를 총자산의 절반 미만으로 낮추려고 매년 연말에 필요도 없는 단기 차입금을 조달해 총자산을 늘리거나, 지분 조정을 통해 1대 출자자가 아닌 2∼3대 주주로 바꾸는 편법으로 지주회사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또 작년에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식으로 계열사 지분 비율을 139%로 낮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을 피했다.

당시 정부는 '미래에셋법'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여전법을 고쳐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에서 150%로 확대해줬다.

그러나 미래에셋캐피탈이 옛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미래에셋증권의 증자에 참여하는 바람에 계열사 보유 지분이 한도를 초과한 바 있다.

그룹에서 부동산 관리업무를 하는 미래에셋컨설팅은 박현주 회장(48.63%)과 부인(10.24%) 등 박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가족회사다.

이 회사는 2016회계연도 연결감사보고서상 미래에셋캐피탈(19.47%), 미래에셋자산운용(32.92%)의 주요주주로 사실상 그룹의 정점에 있으면서, 계열사들로부터 각종 부수 일감을 받아 수익을 내는 미래에셋펀드서비스(100%) 등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보고서에서 "미래에셋이 가진 문제점들은 규모가 작은 개인 오너 회사가 큰 규모의 회사들을 지배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미래에셋 소유구조는 비정상적이며 지속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행 개별 금융업법으로는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펀드서비스 등 비금융회사를 통한 편법을 규제할 수 없다.

박종한 서스틴베스트 팀장은 "불필요한 부채를 끌어다 자산을 늘리는 등 행위로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는 것은 민망한 꼼수"라며 "미래에셋캐피탈이 실제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도 전환하지 않는 것은 자본 융통이나 계열사 지원이 자유롭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비상장사의 가치평가를 공정가로 하느냐 장부가로 하느냐의 과제가 있고 금융지주회사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 보유 한도를 충족하기 위해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50% 이상을 보유해야 하므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박 팀장은 "미래에셋컨설팅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는데, 이 회사는 사실상 금융회사가 아닌데도 금융그룹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해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 가계 쌈짓돈으로 부동산 등 투자업…가족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

미래에셋은 주로 펀드 투자자나 보험 수익자 등 고객 자금으로 부동산이나 개발사업에 투자하는 사업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박 회장의 개인회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은 그룹의 정점에 있으면서, 계열사들의 일감을 받아 수익을 내는 형태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자산운용 계열사들의 펀드가 투자한 호텔 등 부동산을 관리해주는 업무를 하고 100% 자회사인 펀드서비스는 펀드 관련 부수업을 받아서 하고 있다.

대다수 미래에셋이 국내외 대형 호텔이나 빌딩에 투자하는 것은 자산운용 계열사들이 자금을 모집하고 미래에셋대우나 미래에셋생명이 출자한 자금으로 조성된 펀드로 이뤄진다.

이런 점에서 다수의 고객이나 수익자의 자금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금융업은 마치 '마법의 봉'으로 불리기도 한다.

문제는 펀드나 보험 고객의 쌈짓돈을 이용한 '묻지마식' 투자로 손실이 생겨 소비자 보호에 구멍이 나거나, 회사와 대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고객이 맡긴 자산의 가치를 훼손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2007년 10월 출시돼 가계 자금을 싹쓸이하며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모은 '인사이트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출시 1개월 만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을 빨아들여 '돌풍'을 일으켰으나, 2008년 중국 등 세계 금융위기로 증시가 곤두박질치면서 한 달 만에 60%가 넘는 평가 손실을 냈다.

당시 '박현주와 미래에셋' 브랜드를 믿고 '묻지마 투자'에 나선 투자자들은 원금이 반 토막 나는 아픔을 감수해야 했고 시장도 일대 혼란에 빠져 박 회장도 벼랑 끝 위기를 겪어야 했다.

박 회장은 이와 관련 작년 4월 미래에셋대우[006800] 경영전략회의 특강에서 "인사이트펀드는 중국, 브라질, 미국, 호주 주식 등에 분산 투자를 했는데 당시 중국과 코스피, 다우지수도 떨어졌고 홍콩 달러가 급등해 환 헤지에 걸려들어 어쩔 수 없이 주식을 팔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융회사의 경우 대주주가 자신의 투자 손실을 메꾸거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객 재산을 침해하는 사건이 생기면 대주주 적격성의 심각한 문제로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2006년 옛 미래에셋증권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자 2대주주가 차익실현을 위해 주식 대량 매도에 나섰는데도, 자산운용사와 생명보험이 이를 고가에 매수해 주가를 떠받쳤다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상황을 두고 한 투자자가 소송까지 제기했으나, 공시 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이처럼 이후에도 미래에셋의 주식과 부동산 등 각종 투자를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미래에셋은 상호 출자 제한 대기업집단 중에서 당장 금융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한 1호"라며 "앞으로 통합금융감독 체계를 갖춰 불투명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금융회사에 대해선 강제로 지주회사 전환을 지정하는 조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ndigo@yna.co.kr, hyunmin623@yna.co.kr,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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