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2천300원이라뇨"…자원봉사 가장한 '열정페이' 아닌가요
대전 유성구, 작은도서관 봉사자 뽑으며 시간당 최저임금의 35% 제시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도서관을 하루 이틀 운영하다 말 것도 아닐텐데, 시급 2천300원이라뇨. 1년 내내 정기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자원봉사를 가장한 아르바이트 모집 아닌가요?"
대전시 유성구가 예산·인력 부족을 이유로 공립 도서관 운영을 자원봉사 70명에게 맡기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말이 자원봉사지, 도서관 개관작업부터 시작해 1년 내내 거의 모든 업무를 도맡아야 한다.
이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선 공공기관에서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29일 유성구에 따르면 조만간 유림공원과 유성문화원 등 2곳에서 공립 작은도서관을 개관한다.
유성구는 이 도서관 운영을 위해 자원봉사자 70명을 모집 중이다.
도서관에 직원 한 명도 배치하지 않고 1년 내내 자원봉사자로만 운영할 계획이다.
2명이 한팀을 이뤄 오전·오후 3시간 30분씩 근무를 하면 일당 8천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시급 2천300원이다. 현재 시간당 최저임금 6천470원의 35% 수준이다.
유성구는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사서 자격증은 당연하고 인문학을 전공하고 독서지도사, 유아교육 자격을 가진 전문가를 원하고 있다.
인문학 특화 도서관으로 운영하려면 전문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는 업무 강도가 높은 도서관 개관 준비작업부터 자료대출·반납, 도서정리 등 모든 업무를 책임져야 한다.
하루 이틀 일하고 끝내는 사람이 아니라 1년 또는 영구적으로 일할 자원봉사자를 뽑고 있다.
일시적인 업무가 아닌 시급을 받고 정기적으로 근무한다. 이 때문에 자원봉사자 등록은 전무한 수준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도서관을 운영하지 못해 주민 누구라도 자원봉사를 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열정페이'를 강요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열정페이는 열정과 페이(pay.급여)를 결합한 신조어로, 저임금 노동 착취를 말할 때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다.
유성구는 그동안 작은도서관을 민선6기 성과로 꼽으며 허태정 구청장의 주요 치적으로 활용해 왔다.
하지만 도서관 수를 늘리는 데 급급했지 정작 예산·인력확보 등의 내실을 다지는 데는 소홀했다는 평가다.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유성구 평생학습원 관계자는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는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게 맞는데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봉사자 위주로 운영 계획을 짰다"며 "이같은 문제가 내부에서도 논의돼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young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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