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12년째 '의리 농활'…농민들 "천군만마" 반겨

입력 2017-06-29 07:45
대학생들 12년째 '의리 농활'…농민들 "천군만마" 반겨

국민대, 2005년부터 제천 덕산 10개 마을 찾아와 농활

올해도 300여명 마을회관서 생활하며 농민들 일손 도와

(제천=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가뜩이나 가뭄으로 힘든 시절인데 이 넓은 밭을 어르신 두 분이 뜨거운 땡볕 속에서 가꾼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손이 가더라고요."

지난 28일 오후. 평소 같았으면 조용했을 충북 제천시 덕산면 성암리의 마을회관은 잔치를 여는 듯 떠들썩했다. 주민들은 젊은 대학생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농촌 일손을 돕겠다고 저 멀리 서울에서 찾아온 '대학생 일꾼'들이 그저 반갑고 좋았다.

국민대 사회과학대 학생들이 생활하는 성암리 마을회관 안에는 보드 판에 설치돼 있었다. 빼곡히 적힌 문구가 눈 안에 들어왔다.



'2017 농활 수칙 십계명'이었다. '어르신들께 인사를 잘하자','일과는 항상 열심히','과음하지 말자','작업반장 말은 잘 듣자'. 문구 하나하나에서 대학생다운 패기가 엿보이고 애교가 넘쳤다.

사회과학대를 포함해 국민대 학생 300여명 가량은 6명씩 조를 편성, 덕산면 내 10개 마을로 흩어져 농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로는 밭작물에 물을 주거나 논에서 피를 뽑았다.

국민대 학생들의 덕산면 농촌봉사활동은 처음이 아니다.

2005년에 인연을 맺은 이후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이 마을을 찾고 있다.

마을회관에는 학생들의 봉사활동 역사가 사진으로 정리돼 유물처럼 걸려있다.



이준배(26·언론정보학부) 사회과학대 회장은 "오래전부터 우리와 덕산면은 끊어지지 않는 정이 있었던 것 같다"며 "마을 분들의 따뜻한 정이 잊히지 않아 매년 이곳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각 마을 주민들은 봄이 끝나갈 무렵부터 학생들을 기다린다.

주민 대다수가 고령층이다 보니 젊은 청년들의 방문은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성암리 마을회관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임형순(66)씨의 브로콜리밭.

작업용 바지를 입고 챙이 넓은 밀짚모자를 쓴 학생 6명은 연신 가쁜 숨을 내쉬며 굵은 땀방울을 쏟았다.

브로콜리 수확은 이미 끝난 뒤다. 그러나 조만간 이모작에 들어가려면 남아 있는 브로콜리 뿌리와 잡초를 뽑아야 했다. 농사를 잘 모르는 학생들은 주인 부부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긴 가뭄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쏟아진 우박으로 어려움을 겪던 농가 입장에선 국민대 학생들이 천군만마나 다름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1일 난데없이 우박이 쏟아진 탓에 덕산면 지역의 양채 농가 대부분은 최근까지 시름에 잠겼다.

이 지역 공무원들은 농산물 팔아주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정의수 덕산면 이장협의회장은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박 피해까지 봐 어려움이 컸는데 국민대 학생들이 잊지 않고 찾아줘 정말로 기쁘다"고 말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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