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신약 가격 낮추려면 '의약품 가격 투명성법' 도입해야"

입력 2017-06-28 16:33
"항암신약 가격 낮추려면 '의약품 가격 투명성법' 도입해야"

약값 지급 못해 파산하는 경우도…제약사에 가격인하 일차 책임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가정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하는 항암신약의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립암센터·암정복추진기획단은 28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서 '고가 항암신약의 재정 독성(Financial Toxicity) 해결방안'이란 주제로 제62회 암 정복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 연자로 나선 김흥태 암정복추진기획단 단장(국립암센터 종양내과)은 항암제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원인과 고가 항암제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단장에 따르면 항암신약의 연간 평균 지급비용은 10만 달러(약 1억1천400만원)로 이로 인해 개인 파산을 하는 경우가 전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고가의 항암제를 처방받으면서 환자가 겪게 되는 재정문제가 항암제의 물리적 독성을 뜻하는 '재정 독성'이라는 신조어에 비유되기도 한다.

현재 미국 제약협회는 항암신약을 개발하는 비용을 10억 달러(약 1조1천400억 원)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는 실제 연구개발비뿐만 아니라 해당 신약의 가치비용·미래 투자비용까지 포함됐다는 게 김 단장의 분석이다.

김 단장은 "항암 신약의 출시가격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며 "1인당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구매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 단장은 제약산업의 이익 마진율은 계속 늘고 있는 반면에 항암신약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 수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한 중재 방안으로 김 단장은 '의약품 가격 투명성법'을 제안했다. 이 법안은 항암신약을 만들 때 소요되는 연구개발비·제조비·마케팅비 등을 공개해 적정 약값을 책정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김 단장은 "제약사들은 항암제가 비싼 이유로 연구개발비를 주로 이야기하는데 비용과 약물 효과의 적정성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필요하다"며 "평가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저비용·고가치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에 우선으로 보험적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 단장은 제네릭·바이오시밀러와 같은 복제약의 허가를 신속하게 승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복제약은 오리지날약보다 80~85% 저렴하게 책정된다.

김 단장은 "제약사들은 항암제 가격을 낮춰야 할 일차적인 책임을 갖고 있다"며 "'효과가 있는 유일한 약은 환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약'이란 말이 있듯이 암 환자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항암신약 가격이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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