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재발견]③ 옛 골목·거리 '재생 열풍 중심에 서다'
클래식·빈티지에 멋 더한 매력 덩어리로 탈바꿈해 젊은이 유혹
핫 플레이스 정착 위한 주차난 등 부작용 최소화 노력도 필요
(전주=연합뉴스) 임청 기자 = "객리단길이 어딘가요" "객리단길 어디로 가죠?"
요즘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젊은이들이 전주 시민들을 만날 때마다 묻는 말들이다.
전주를 방문한 여행객들이 한옥마을 외에 반드시 찾는 곳 중 하나인 '객리단길'이 요즘 전주의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1년여 전부터 조성된 객리단길에는 벌써 커피숍과 레스토랑, 맛집 등 20여 개 점포가 들어서 성업 중이다.
평일에도 가게마다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불야성을 이룬다.
객리단길의 명칭은 서울의 옛 육군중앙경리단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뒷길(약 1㎞)에 붙여진 '경리단길'에서 나왔다.
전주 구도심 만남의 장소인 객사(客舍·조선시대 관리들이 묵던 숙소)의 첫 글자를 따 객리단길로 불린다.
◇ '전주 객리단길' 1년 새 맛집·카페 20여 곳 급성장
이는 다양하고 독특한 카페와 맛집, 술집, 공예품점 등이 모여 있는 서울 경리단길과 골목의 분위기가 비슷하다 해서 블로거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1924년에 지은 정미소와 창고, 한옥 등이 카페, 레스토랑, 일본식 선술집, 철판요리점 등으로 새롭게 변신하면서 국내외 관광객을 유혹한다.
최근 이곳을 찾은 대학생 이모씨는 "1924년에 지은 정미소를 개조한 파스타 집이나 낡은 2층 양옥집 옥상을 테라스로 꾸민 카페 등이 이색적이었다"면서 "서울처럼 복잡하고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클래식하고 빈티지한 분위기가 멋스러웠다"고 말했다.
오랜 도심 공동화와 신도시 조성 등으로 방치되거나 사각지대로 전락한 구도심 옛 거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전통문화도시인 전주에서는 이 밖에도 중국인들이 한때 모여 살았던 차이나 거리, 1970∼80년대 영화관이 밀집했던 영화의 거리 등이 한옥마을 거리와 함께 부활하고 있다.
전주시는 전주한옥마을의 대성공에 힘입어 객리단길과 영화의 거리 등 구도심 골목과 거리를 새로운 문화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 골목·거리 재생사업 전국적 '열풍'…대전·대구·경남·광주 등으로
골목·거리 재생사업의 열풍은 비단 전주만이 아닌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경남 마산시 창동골목은 이제는 과거 번화가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다.
1980∼90년대 서울의 명동거리처럼 화려했다 쇠락한 이 골목이 이제는 청년 창업점포와 음식 골목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상권 쇠퇴로 옛 영화를 찾기 어렵던 창동·오동동 골목은 개성 있는 조그만 점포나 개인 미술관, 작업실, 음식점, 커피숍 등으로 되살아났다.
특히 어시장이 가까운 오동동 골목에는 해산물을 주로 내는 마산 특유의 술 문화인 '통술집'이 20여 곳 영업 중이다.
대전 원도심 옛 제일극장 거리를 부활하기 위한 노력도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
이 일대에서는 빈 점포 등을 세련된 테라스 카페 또는 게스트하우스 등 여행객과 외국인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개조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울산시 역시 오는 2020년 완공 목표로 방어진항 일대의 옛 거리를 재생하는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른바 방어진 옛 거리(90m)와 일본 히나세(日生) 골목길(60m)을 부활시켜 내국인은 물론 일본 관광객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이다.
방어진항에는 100여 년 전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 히나세 지역 어부들이 바다를 건너와 어업 활동을 하며 정착한 흔적이 있으며, 일본식 주택 등이 여전히 남아 있다.
광주시도 KTX가 운행되지 않아 유동인구가 감소한 탓에 공동화가 심화한 광주역 주변 거리와 골목을 되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중흥로 일대 빈 공장과 빈 점포를 활용해 공작소 특화 거리를 만들고 오래된 골목길을 생태골목길로 재정비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대구지역 근대문화유산이 가득한 '대구 근대골목'과 수십여 개의 헌책방이 모여 있는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 통닭 하나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수원 통닭 골목' 역시 구도심 회생에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 "어두운 그림자도"…주차난·건물 임대료 상승 부작용
거리 재생사업은 낙후 지역을 부활시킨다는 긍정적 성격이 강하지만 지나친 상업화로 인한 지역 정체성 상실과 원주민의 퇴출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5∼6년 전부터 관광객이 급증한 전주 한옥마을 거리는 급격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원주민이 쫓겨 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한 대표적인 곳이다.
관광객들의 불법 주정차와 고액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원주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히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구도심 재생사업과 관련해 젠트리피케이션을 예방하기 위한 규제 등을 마련 중이지만 무엇보다 건물주나 사업주 모두가 당장의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으로 우리 도시를 바르게 바꿔나가기 위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lc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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