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88올림픽 이듬해부터 격주 헌혈…"300번 채웠네요"
대전성모병원 석고 기사 이원석씨 '적십자 최고 명예대장'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그가 옷소매를 처음 걷어붙인 건 1989년이다.
응급 수술환자를 위해 기꺼이 나선 한 신부의 모습을 보고 나서다.
'나도 누군가를 살릴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시작한 헌혈은 그렇게 삶의 일부분이 됐다.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에서 깁스를 만드는 석고 기사 이원석(58)씨는 28일 300번째 헌혈을 하며 "뿌듯하고 감사하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28년 동안 생명 나눔을 이어온 그의 헌혈 일지는 남다르다.
특정 혈액 성분만 얻는 성분 헌혈을 위해 2주에 한 번, 적혈구·백혈구·혈장·혈소판 등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 헌혈을 위해 두 달에 한 번 바늘을 꽂았다.
2000년에는 어린이 소아암 환자를 위해 골수도 뽑았다.
깨끗하고 건강한 피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건강 관리에도 신경 쓴다.
평일엔 집에서 병원까지 9㎞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주말에는 등산과 마라톤 삼매경에 빠진다.
이씨는 "헌혈 덕분에 외려 건강을 챙길 수 있으니 좋다"며 "헌혈을 위해 받는 간 기능 검사, 헤모글로빈 수치, 간염 항원·항체 검사 등은 덤"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헌혈증서도 모두 기부했다.
백혈병 어린이 돕기 자선 모금함이나 병원 수술실 등 필요한 곳에 몇 장씩이든 전달했다.
헌혈유공자 은장, 금장, 명예장, 명예대장, 대한적십자사 총재 표창, 국무총리상, 보건복지부장관상 등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처음엔 헌혈을 너무 자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던 그의 가족도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큰 시간을 들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도우며 내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게 헌혈"이라는 이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피를 나누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이날 대전 중구 대전성모병원에서 진행한 교직원 사랑의 헌혈 캠페인 후 대전적십자사로부터 최고 명예대장을 받았다. 대전·세종·충남 지역에서 19번째다.
적십자사는 헌혈 100회 달성자에게 명예장, 200회 달성자에게 명예대장, 300회 달성자에게 최고 명예대장을 각각 수여한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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