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페티야 배후 오리무중…전문가 "추적 사실상 불가능"
우크라 노리던 러 해커들 의심…워너크라이도 아직 북한·중국설 혼선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 세력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지만 정작 추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공격에 '페티야'(Petya) 랜섬웨어의 변종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페티야는 지난달 세계를 휩쓴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처럼 윈도 운영체제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컴퓨터를 감염시킨 뒤 300달러(한화 약 34만원) 상당의 비트코인(가상화폐)을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랜섬웨어도 워너크라이와 마찬가지로 '이터널 블루'(Eternal Blue) 코드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터널 블루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윈도의 취약점을 활용해 만든 해킹 도구로 알려졌는데 지난 4월 해커 조직 '섀도 브로커스'(Shadow Brokers)가 이를 NSA에서 훔쳐 온라인상에 풀었다.
만약 이번 공격에 페티야의 변종 랜섬웨어가 사용됐다면 배후 세력을 추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페티야 제작자들은 일반 검색 엔진으로는 찾을 수 없어 주로 불법적인 정보 거래에 악용되는 '다크웹'(dark web)에서 페티야를 판매했다.
다크웹에서 이 랜섬웨어를 구매한 사람은 누구든 한 번의 클릭만으로 다른 컴퓨터 사용자의 파일을 암호화해 암호 해독 키 제공 대가로 비트코인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만약 피해자가 인질로 잡힌 컴퓨터 파일을 되찾기 위해 300달러를 지불하면 페티야 제작자들은 이 중 일정액을 떼가는 형식이다.
NYT에 따르면 페티야의 이런 전파 방식을 고려하면 27일 사이버 공격의 배후 세력을 추적하는 것은 어렵거나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공격에 사용된 랜섬웨어가 페티야의 변종이 아닌 전혀 새로운 형태의 랜섬웨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페티야의 존재를 처음 알렸던 러시아의 사이버 보안업체 카스퍼스키 랩은 이번 공격으로 컴퓨터 시스템 약 2천여개가 감염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카스퍼스키랩은 이번 랜섬웨어가 페티야와 유사한 특징을 보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한 번도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종류의 랜섬웨어라고 밝혔다.
이번 공격의 배후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공격 동기나 앞으로 피해 규모가 얼마나 확대될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랜섬웨어에 감염된 컴퓨터 화면에 공격자가 해독 키 거래를 위해 남긴 이메일 주소를 통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답장이 오지 않았다.
해당 이메일 계정을 제공한 독일 이메일 서비스 업체 포스테오가 이메일 주소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금전적 이익을 목적으로 감행됐다면 공격자가 피해자와 협상할 수 있는 이메일 주소를 왜 더 안전하게 보호하지 않았는지, 피해자로부터 대가를 받을 방법을 더 다양화하지 않았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배후를 둘러싼 추측만 무성한 가운데 배후로는 러시아 해커들이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다.
이번 공격의 첫 제물이던 우크라이나가 과거 수차례 러시아 해커들의 공격을 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에 제기되는 가능성이다.
랜섬웨어 배후 규명은 최고 보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매우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으로 통한다.
지난달 발생한 워너크라이 공격의 배후도 일부에서 북한과 중국을 거론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증거는 없는 상황이다.
영국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 내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와 미국 NSA는 워너크라이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하고 있다.
북한 정찰총국이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커집단 '래저러스'(Lazarus)가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플래시포인트는 워너크라이 공격에 쓰인 악성 코드를 언어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남부 중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작성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해커들이 중국 남부나 홍콩, 대만, 싱가포르 출신일 가능성이 있다고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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