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로 화장품·치약 개발…'죽음의 알갱이' 미세플라스틱 대체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죽음의 알갱이'로 불리는 미세플라스틱 대신 천연소재인 배의 석세포로 각질제거 화장품, 치약 등을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농촌진흥청은 과일 배에서 버려지는 석세포의 각질제거, 연마 등의 효능을 입증해 가공 소재로서의 우수성을 밝혀냈다고 28일 밝혔다.
배 석세포는 세포벽이 단단하게 굳어 고정된 조직으로, 배를 먹을 때 입안에서 까끌까끌하게 느껴지는 물질이다. 주로 배 껍질이나 과일 중심부(과심)에 많이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은 지름 5mm 이하의 플라스틱 알갱이로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치약과 비누, 각질제거용품 등에 널리 사용돼왔다.
국내 각질제거용품 331개 품목이 폴리에틸렌 원료의 미세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고, 각질제거용 거품 비누 1회 사용에 미세플라스틱 알갱이 약 10만개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세플라스틱은 크기가 작아서 하수구 거름망에서 분리되지 않고 바다로 쉽게 흘러나가며, 햇빛에 의한 광분해나 미생물에 의한 생분해가 일어나지 않는다. 플랑크톤이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되면 먹이사슬을 통해 사람도 섭취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려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은 '죽음의 알갱이'로 불린다. 세계 각국은 2015년부터 미세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화장품 등은 올해 7월부터 만들거나 수입할 수 없고 내년 7월부터 판매가 금지된다. 미세플라스틱이 들어간 치약제는 이미 지난달 23일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이에 농진청은 미세플라스틱의 대체 물질을 찾기 위해 배 석세포 추출물로 피부 각질제거 효능과 치약의 연마 효과를 실험한 결과 배 석세포 분말을 2∼5% 첨가해 만든 피부 각질제거제는 일반 세정 크림보다 4.6배, 호두껍데기 각질제거제보다 2.2배 높은 각질제거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모공 크기 축소 효과 역시 배 석세포 각질제거제는 일반 세정 크림보다 2.4배, 호두껍데기 각질제거제보다 1.5배 효능이 높게 나타나다.
치약의 연마 효과에 대해 실험한 결과, 배 석세포 분말이 5% 첨가된 치약은 일반 치약보다 2.4배 효과가 더 높았다.
각질제거용 화장품은 특허등록이 완료돼 현재 기술이전이 진행 중에 있어 올 하반기에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농진청은 밝혔다.
치약제는 의약외품의 연마성분을 가진 새로운 원료 등록을 위한 안전성 시험을 내년부터 실시한 후 제품화될 계획이다.
조명래 농진청 원예작물부장은 "앞으로 배의 이용 방안과 소재화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해 국내 농산물을 원료로 한 천연 가공품을 개발해 농가의 소득 증대와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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